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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9 17:15 수정 : 2005.01.09 17:15

“소박한 모습으로 다다갈래요”

‘누나 부대’라는 말이 있다. 90년대 후반 이른바 ‘오빠 부대’ 못지 않게 연예인들에게 열광하는 남성팬층이 생겨나면서 만들어진 말이다. 이런 현상 중심엔 여성 댄스그룹이 있었다. 귀여운 외모와 소녀적 감성의 노래가 새로운 판타지를 형성했고, 남성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에스이에스가 문을 열고, 곧이어 핑클이 경쟁 상대로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영원한 소녀는 없는 법. 10대 후반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더 이상 소녀적 이미지로 승부할 수 없는 나이에 이르렀다. 너나할 것 없이 이들은 성숙한 여성미를 내세우며 이미지 변신을 꾀했고, 곧 솔로 가수나 엠시, 연기자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가수 활동 회의…연기자 변신
다섯달 동안 변신연습 결과 눈길

그 중 최근까지 확실한 자리매김을 한 이가 이효리(26·사진)다. 특유의 눈웃음과 ‘섹시한 춤’, 털털한 듯 거침없는 언변은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스타’의 자리를 굳히게 했다. 2003년엔 솔로 음반을 내고, 연말 가요대상도 휩쓸었다. 가수로서 최고의 영광일 터이나, 이효리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뜻밖의 말을 했다.

“사람들은 제가 대상을 받았을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독하다’고 했지만, 제가 눈물을 흘리지 못했던 것은 제 실력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어요. 제 실력에 자신감이 없는 상태에서 가수로서 너무 이슈화됐을 때 겉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상을 받아도 되냐는 생각 때문에 더 우울했던 기억이 나요.”

이런 이유로 지난해 가수 활동에 회의를 느끼고 있을 무렵, 이효리는 장용우 피디의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는다. 제목은 ‘평범한 삶 속 행복’을 의미하는 <세잎 클로버>. 온갖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여공 강진아 역이 주어졌다. 곧, 이효리는 연기자로 변신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연기 선생님에게 다섯달 동안 매주 5일, 하루 3시간씩 연기수업을 받았다. 첫 작품에서 공장 노동자 역을 맡기로 결정되자, “공장 주변을 무작정 배회하기도 하고, 공장 근처 술집에 들어가 노동자들이 나누는 대화들을 엿들어보기도” 했다. ‘봉순이 언니’ ‘괭이부리말 아이들’ 등 소설을 읽고, 어려운 이웃들을 조명한 휴먼 다큐멘터리도 닥치는 대로 봤다. 그러나 6년여 연예계 활동만 하며 거의 “격리되다시피” 살아온 그에겐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저랑 너무 다른 사람의 삶을 표현하기가 힘들어요.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하잖아요.”

연기에 대한 어려움이 클수록 열의는 더욱 뜨거워진다. 이효리는 가수 시절의 모든 화려함을 벗어던지고, “소박한 모습과 인간적인 매력으로 어필하는” 연기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해 가수 출신 연기자들의 성패가 여실히 갈린 데서 볼 수 있듯, 대중의 평가는 정확하고 동시에 잔인하다. ‘신인 연기자’ 이효리의 연기가 어떤 평가를 받게될지 17일 밤 <세잎 클로버> 첫회에 많은 이들의 눈길이 쏠린다. 안성/글·사진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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