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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9 21:55 수정 : 2005.01.09 21:55



제 멋대로 작업하는 현대미술의 장인들은 어찌보면 고대 중세로부터 환생한 연금술사들이다. 잡다한 정보와 각양각색 이미지들이 튀어나오는 요즘 세상에 그들이 골라낼 소재들은 지천으로 널려있다. 어떻게 뒤섞고 조합해 강렬한 메시지와 이미지의 힘을 만드느냐가 문제다.

현재 세계 최정상급 지명도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동독출신의 작가 시그마 폴케(64)는 그런 기준에서 보면 가히 미학적 연금술의 경지에 올라있는 달인이다. 정통 회화부터 대중소비사회의 이미지를 끌어내는 팝아트,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장르, 사조를 불문하고 채집한 다기한 이미지들을 그는 특유의 사회적 미술로 소화해왔다. 그 밑바닥에 성장기 자유를 찾아 동베를린을 탈출했던 경험이 깔려있다. 충남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연말 개막한 폴케의 첫 한국전은 자본주의 현실을 좇는 이미지 사냥꾼의 작품세계를 회화명품 24점으로 보여준다.

들머리의 대표작 <서부에서 가장 빠른 총>은 사격장의 사람표적에 총질을 하는 사람의 신문사진을 화폭에 옮긴 것이다. 천위에 투명재료인 레진을 부은 뒤 정밀하게 사진처럼 그리고 다시 레진을 부은 작품인데, 망점으로 이뤄진 잡지, 신문의 인쇄된 이미지를 빌어 표현하는 최근 작업흐름이 집약되어 있다. 그 옆의 총기회사 레밍턴의 권총, 탄약광고를 차용한 작업에서도 보이듯 그는 미국의 만연한 총기문화와 잔혹한 살인게임 따위를 차용이미지로 냉소하고 있다. 대중문화에서 이미지를 빌리는 미국적 팝아트를 반영하면서도, 여기에 독일작가 특유의 비판적 인식틀을 집어넣었다는 특장이 돋보인다. 획일적 무늬의 옷감 천 위에 헤밍웨이의 실루엣을 넣거나, 꽃문양이 프린트된 식탁보 위에 2차대전 당시의 식량 배급표를 붙여넣은 작품 등도 이런 부류의 것들이다. 작가의 또다른 특기인 표현방식의 다채로운 변신은 3층에 있는 70년~90년대초의 구작들, 질산은을 발라 색조가 변하는 추상드로잉이나 물질감을 강조한 투명화폭들에서 엿볼 수 있다. 꽃테이블보 위에 아크릴로 그린 오페라 <마술피리>의 영악한 새 사냥꾼 파파게노의 모습은 배경을 뒤집는 노회한 이미지 사냥꾼으로서의 작가를 은유한 것이다. 3월 31일까지. (041)551-5100∼1.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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