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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2 21:18 수정 : 2005.01.12 21:18

박대철 역의 유동근. 문화방송 제공

"역사왜곡과 특정인 뛰우기가 더 문제”

친일·재벌 등 미화…‘이명박 띄우기’
전작 ‘야인시대’ 도 ‘반공신파극’ 지적

문화방송 <영웅시대>가 예정보다 30회를 줄여 70회로 조기 종영된다. “시청률이 기대에 못 미치고 <제5공화국>과 일부 내용이 겹치기 때문”이라는 것이 방송사 쪽 얘기다. 그러나 최근 이환경 작가는 “여러 차례 정치권으로부터 압박을 받은 바 있다”고 ‘정치적 외압설’을 제기했고, 보수신문들은 기사와 사설로 이 작가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명박 서울시장까지 나서 “시청률이 낮아 조기 종영한다는데, 이유가 의심스럽다”고 거들었다. 문화방송이 최근 <영웅시대>를 비롯해 몇몇 프로그램들을 잇따라 조기 종영한 것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기며 ‘시청률 지상주의’에 따랐다는 점에서 비판 받아야 한다. 그러나 ‘외압설’과 ‘무책임한 조기 종영’이 <영웅시대>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가릴 수는 없다.

기획단계부터 <영웅시대>는 작가의 역사인식을 둘러싼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 작가의 전작인 에스비에스 <야인시대>는 ‘반공 신파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조직폭력배들을 내세워 ‘폭력 문화’를 조장하고, “조선·동아일보는 민족지, 김성수는 애국지사”라며 역사 왜곡에 나서는 한편, 우익을 대변하는 김두한의 ‘애국적 행각’을 통해 파시즘을 정당화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영웅시대>에서도 이런 역사인식은 그대로 이어졌다. 대표적 친일 기업가인 박흥식은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철학있는 기업인’으로, 반민특위는 가해자인 것처럼 그려 비판을 받았다. 재벌 미화 우려도 기우가 아니었다. 애초 제작진은 “재벌의 공과를 다룰 것이고, 개발 도상에서 희생해온 민초들도 있었다”며 “‘영웅’은 한국 경제를 일으킨 국민 전체를 말한다”고 했지만, 정경유착에 희생된 노동자들의 모습은 시종 찾아볼 수 없었고 재벌그룹의 ‘과’도 거의 드러난 것이 없었다. 외려 지난 11일 방송에선 ‘삭카린 밀수 사건’을 다루며 ‘대한그룹’을 피해자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묘사하는 등 정경유착의 두 주체에 모두 면죄부를 주는 효과를 낳았다.

이명박 서울시장 띄우기도 심해지고 있다. 이 작가는 박대철을 “단지 사극에서 해설자와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으나, 요즘은 천태산과 국대호 보다 박대철이 ‘영웅’인 듯 그려지고 있다. 실제로 11일치를 보면, 박대철이 등장할 때마다 웅장한 배경음악이 나오면서 한편의 ‘위인전’이나 ‘영웅신화’를 보는 듯 그려질 뿐, 해설자 구실은 전혀 하지 않는다.

제작진이 내세운 ‘경제 드라마’라는 모토도 처음부터 맞지 않아보였다. 1기는 매회 주먹 겨루기와 사랑타령으로 일관해 ‘멜로를 섞은 무협 드라마’라고, 또 2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이 부각되면서 ‘정치 드라마’라고 비꼬는 이들이 많았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이 작가는 “다큐가 아닌 드라마이며,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라고 몇몇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 “시청률이나 주위에서 매도하는 것에 신경 쓰면 근대사를 누구도 못 건드린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정몽헌씨의 자살을 연상케 하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고,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 모습은 실제 뉴스 화면으로 처리하는 등 ‘다큐적 기법’은 모두 사용하면서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문화방송의 한 피디는 “드라마에서 시대성이 왜곡되면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모르는 이들과 청소년들의 경우 드라마를 사실로 착각하기 쉬우므로 훨씬 조심스럽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웅시대> 작가와 제작진이 남은 14회에서라도 “재벌의 공과 과를 그대로 살리겠다”는 기획의도를 살릴지 주목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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