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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06 18:09 수정 : 2018.08.07 00:19

<두니아>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남지은의 TV와 연애하기]

무인도 생존 고군분투 ‘두니아’
사막서 자기성찰 ‘거기가 어딘데??’
연예인 사생활·가족 팔이, 먹방 범람 속
새로운 포맷 시도 눈길

<두니아>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요즘 예능 뭐가 재밌어?” 티브이 보는 게 일인 방송연예 기자들이 귀가 따갑도록 듣는 말이다. 볼만한 것 하나 추천해달라는 뜻인데, 요즘은 너무 어렵다. 온통 연예인들의 사생활·가족 얘기 아니면 배 터져라 먹는 ‘먹방’만 쏟아지기 때문이다. 남녀가 호텔 등에 머물며 짝짓는 프로그램도 늘었다.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는 포맷들이 한심하다 못해 화가 난다. “많이 보니까 계속 만드는 건데, 그게 왜 문제냐”는 한 지상파 예능국 간부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자극적이어도, 가학적이어도 시청률만 높으면 되는 걸까?

최근 뻔한 포맷을 벗어나 과감하게 모험을 택한 두 프로그램이 반갑다. 예능과 드라마를 접목한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문화방송 일 오후 6시45분)와 탐험을 예능에 가져온 <거기가 어딘데??>(한국방송2 금 밤 11시)다. 시청률은 각각 2.1%, 2.8%(최근 마지막 방송 기준. 닐슨코리아 집계)로 저조하지만, 소재 쏠림이 심한 예능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응원할 만하다.

<두니아>는 연예인 약 12명이 무인도에 빨려들어가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공룡의 공격을 피해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한다. 대략적 상황만 던져주고 그 안에서 캐릭터 스스로 무기를 찾는 등 실제 게임 요소를 결합했다. 시청자가 참여해 이야기를 진행시키기도 한다. 온라인과 티브이를 결합한 새로운 예능 포맷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연출한 박진경 피디가 만들었다. <거기가 어딘데??>는 여러 명이 출연하는 ‘집단 버라이어티’라는 익숙한 포맷이지만, 그저 사막을 묵묵히 걷는다. 어떤 설정도, 장치도 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모습이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시청률 잘 나온다고 베끼기도 주저하지 않는 수많은 피디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거기가 어딘데??>의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물론, 아쉬움은 많다. <두니아>는 게임을 차용한 만큼 빠른 전개로 순식간에 지나간 듯한 몰입도를 줘야 하는데, 긴박함이 떨어진다. 시청자들이 동화되어 응원하고 따라가기엔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지도 않다. 그러다 보니 리얼과 설정을 결합한 장치가 더 혼란스럽다. <거기가 어딘데??> 역시 엠에스지(MSG)를 뺀 공간을 출연진이 메워야 하지만 역부족이다. 둘다 1회부터 보지 않으면 몰입하기 힘들다.

중요한 건 제작진도 이런 우려를 짐작했음에도 과감하게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두니아> 박진경 피디는 “시간대가 먼저 정해진 뒤 아이템을 기획했다. 주말 가족 예능 시간대여서 그에 어울리는 여행프로그램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뻔한 것이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 관계자도 “이 시간대에 <거기가 어딘데??> 같은 프로그램을 편성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지상파에서 광고가 가장 잘 붙는 주말 황금시간대에 시도한 실험적인 방송은 방송사의 달라진 의지를 보여준다.

나영석 피디가 <삼시세끼>를 선보였을 당시, 수많은 피디들이 <티브이엔>이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같은 기획안을 지상파에서 제출했다면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두니아>와 <거기가 어딘데??> 두 프로그램은 지상파의 열린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더 반갑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예능 흐름을 바꾼 것과 달리,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미미하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들이 쌓여 새로운 성공의 도약대가 된다. 이들의 실험을 눈여겨봐야할 이유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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