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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6 19:32 수정 : 2019.04.01 18:42

[짬] ‘에스비에스 라디오’ 이재익 피디

시사 프로 연출·진행자이자 웹소설 작가인 이재익 피디가 22일 서울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체 언제 쉬나. 라디오 피디(PD)에, 웹소설 작가에, 팟캐스트 진행도 모자라 최근 직업이 하나 더 늘었다. 시사라디오 진행자.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월~금 오전 10시5분 <에스비에스 정치쇼>(이하 <정치쇼>)를 진행한다. <김현정의 뉴스쇼>(시비에스 라디오) 등 피디가 진행자로 변신한 사례는 더러 있지만, 겸업은 드물다. 그는 평일 오후 2시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이하 <시사전망대>)에선 다시 연출자로 돌아간다. ‘프듀테이너’(프로듀서+엔터테이너) 시대를 이끄는 이재익(44) <에스비에스>(SBS) 피디를 지난 22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부지런함의 동력은 ‘즐거움’이다. “일부러 부지런해지려고 노력해서 많은 일을 하는 거면 힘들겠지만, 그때그때 하고 싶은 즐거운 일을 하고 있어요.” <정치쇼> 진행을 맡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연출자로서 진행자 자리에 앉으면 프로그램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니 소중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았어요. 한달 정도만 하고 내려올 줄 알았지만. 하하하.” 이전 진행자 김용민이 그만두면서 임시로 투입됐는데, 맛깔나는 입담에 시청자와 제작진이 ‘픽’했다. 하긴 “이재익의 정치쇼~ 이제 이게 정치쇼~”라고 래퍼처럼 라임을 살려 자신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시사 프로 진행자가 있었던가. 이 피디 자신도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유연한 예능감이 가미된 재미있는 진행은 자신 있다”고 힘주었다.

평일 ‘시사전망대’ 연출자가 본업
‘정치쇼’ 대타하다 인기에 진행자 발탁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도 방송
20대 등단 웹소설 작가로도 활약중

팩트에 해학·풍자 더해 재미있게
“중학생 아이가 ‘관종’ 놀리지만 어때요?”

이재익 피디.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제가 연출하는 <시사전망대>는 주제를 골고루 선정해서 팩트 위주로 전달한다면, 진행하는 <정치쇼>는 여러 패널과 이야기하기 때문에 좀더 논쟁적으로 흘러가죠. 거기에 <정치쇼>는 엔터테인먼트의 재미를 주려고 해요. 유머에 해학과 풍자를 가미해 청취자가 웃으면서 들을 수 있는 신나고 재미있는 시사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게 목표입니다.”

하지만, 시사와 재미는 양날의 검이다. 유연성을 좇다보면 자칫 내용이 느슨해진다.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 기발한 시사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시대에 심의를 신경 써야 하는 지상파의 한계도 있다. 그래서 그는 음악 등 갖가지 장치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오늘 방송한 ‘이○○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를 예로 들면, 당사자는 아니라고 하고 병원도 수사 협조를 안 하잖아요. 답답한 노릇이죠. 그럴 때는 노래 선곡을 신중하게 해요.” 어떤 노래를 틀었을까? “펫샵 보이스의 ‘잇츠어 신’. 그것은 죄다!”

재미있는 진행이 가능한 데는 그의 다재다능함이 큰 몫을 한다. 20대 초반에 처음 책을 낸 이후부터 지금까지 소설 30권, 시나리오 3권, 웹소설 5권 등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1997년 월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이래 지금은 인기 웹소설 작가로 활동 중이다. 순수문학을 하다가 문법 자체가 다른 웹소설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다른 웹소설을 필사하며 공부했어요. 매일 퇴근 뒤 글을 씁니다.” 소재도 경계가 없다. 웹소설에선 달달한 로맨스를 잘 그리는데, 소설 <아이린>에선 주한미군의 성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은 단 1승만을 거둔 서울대 야구부 실화를 토대로 한 스포츠소설이다. 오는 5월엔 단편을 묶은 <너와 나의 미스터리>라는 새 책도 나온다. <한겨레> 토요판에는 매주 ‘이재익의 아재음악 열전’도 연재하고 있다.

1999년 첫 직장이 소니 비엠지였을 정도로 음악에 관심 많고,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록그룹 활동도 했다. 하루종일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동생의 권유에 2001년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로 입사했다. “오전에는 글쓰고, 오후에는 록밴드로 노래하는 꿈이었다”는데 “다리가 짧고 목소리가 미성이라 록커의 꿈을 포기(웃음)”한 덕분에 지금의 ‘프듀테이너 이재익’이 탄생했다.

“그때그때 즐거움을 좇아왔다”지만, 알고 보면 그는 시대의 변화에 성실하게 대처해왔다. “소니 비엠지에 들어가자마자 엠피쓰리(MP3)라는 인터넷 파일이 거대 음악시장을 잡아먹는 걸 목도하면서 충격을 받았어요. 2011년 방송국에 들어와서도 유튜브, 스마트폰 등 매체가 바뀌면서 콘텐츠를 변화시켰죠. 개별 콘텐츠가 그것을 담는 매체를 이길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고민이 2012년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 웹소설, <정치쇼> 진행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넷플릭스다. “라디오라는 매체가 지금 넷플릭스와 상생할 있는 방법이 뭘까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커요.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지상파의 경쟁사라고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재이자 미래니까요.”

그의 머릿속에선 여전히 새롭고 즐거운 일들이 꿈틀대고 있다. 자신이 쓴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방영될 날을 꿈꾸며 공부 중이고, 작곡을 시작했고, 청취자와 소통하는 쌍방향 라디오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다. “중3인 우리 애가 저더러 ‘관종’이래요. 하하하. 뭐 어때요. 그때그때 즐거운 일을 하며 살면 되는 거죠.”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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