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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도〉는 여운계, 김을동, 김수미, 김형자 등 스크린의 변방에 머물던 중년 배우들을 전면에 끌고 온다는 점에서 〈고독이 몸부림칠 때〉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마파도〉의 관심은 노년의 풍경이 아니라 사라진 외지인과 원주민의 ‘대결’이다. 낚시꾼으로 가장해 마파도에 머무는 두 남자는 어수룩해 보이는 보이는 할머니들을 살살 꼬드겨 장미의 행방을 쉽게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몇십년 만에 보는 ‘실한 엉덩이’를 스스럼없이 토닥거리는 할머니들의 우격다짐 앞에서 이들은 충직한 마을 머슴이 돼간다.
예상했던 수순이다. 아무리 사악한 마음이라도 포근하게 감싸고 사르르 녹여버릴 것 같은 마파도의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순간 관객은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정확하게 감잡을 수 있다. 각자 ‘과부 경력’ 몇십년씩을 자랑하는 여배우들의 캐릭터가 어떤 개성을 지닐지는 흥미롭지만 영화는 여기에서도 별다른 캐릭터를 가다듬는 데 신경쓰지 않고, 그저 억척과 순박이라는 고답적인 이미지만을 심심하게 나열한다. 그 결과 두 남자와 할머니들이 만드는 에피소드는 벌통의 꿀을 훔쳐먹다 벌에 쏘이고(외지인) 구박을 하면서도 정성스레 된장을 발라주는 정도(원주민)의 낡은 이야기들로 메워진다. 11일 개봉.
김은형 기자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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