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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0 16:25 수정 : 2005.01.10 16:25



‘기획된 위기·교착 상황’ 기회로 이용
전편 ‘일레븐’ 보다 스마트 하지 못하다

난 〈오션스 트웰브〉를 스마트 무비 시리즈라고 부르고 싶다. 자동 전자 제어 장치로 움직이는 집을 스마트 홈이라고 부르듯, 잘 고안된 전자 칩처럼 작동하는 영화라는 뜻이다. 이러한 스마트 무비는 디지털 시대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범죄를 정교하게 고안해 실행하되 피 한방울 흘리지 않으며 애정이나 연민에 의한 실수도 없다. 머리는 미로처럼 꾸미되, 마음의 비트는 없다.

〈오션스 트웰브〉의 전편인 〈오션스 일레븐〉의 스마트한 장점은 범죄가 발각되는 폭로 지점, 그 교착 상황 자체를 범죄 구성의 플롯에 넣고, 그 교착 상황의 해결사로 등장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 일당의 구성원들이라는 것이다. 영화가 탄생한지 어느덧 100년의 세월이 지났고, 이야기의 역사는 그보다 더 장구하다 보니, 동시대 영화들의 특징은 각각의 장르적 관행을 비비 꼬아 반전의 반전을 만들며 나선형으로 돌리는 것이다. 공포 스릴러인 〈식스 센스〉와 〈디 아더스〉에서는 유령으로부터 공포를 느끼던 인간 주인공이 유령으로 밝혀지면서 플롯이 뒤집어진다. 〈오션스 일레븐〉에서는 범인을 잡으러 온 법의 집행자가 범인 일당의 한패로 밝혀진다.

〈오션스 일레븐〉에 하나를 더해 〈오션스 트웰브〉가 된 이 스마트 무비는 한마디로 말해 영 스마트하지 못하다. 이 영화에서도 교착 상황, 위기 상황 자체가 기획된 것이며 그래서 기회로 작용하게 되는 전편의 플롯을 따르지만, 기획된 플롯이라기보다는 억지춘향으로 보인다.

또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그리고 캐서린 제타 존스와 같은 거물급 스타들이 함께 출연해 트웰브를 만들다 보니, 이들 배우들은 서로에게 생사를 건 대화를 나눌 때조차도 거울을 보고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나르시시즘에 가득 차 보인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이런 허황한 반짝임을 없애볼 요량인지, 감독인 스티븐 소더버그는 마치 저예산 영화처럼 화면을 거칠게 처리했지만 이러한 화면의 외양은 스타나 플롯 그 무엇과도 어울리지 않아 요령부득이다.

영화에서 그나마 흥미로운 점은 로케이션인데, 오션스 일당은 전편의 라스베이거스를 떠나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암스테르담은 그래서 이들에 의해 저주받은 암스테르댐드(Amster-damned: 딕 마스의 1988년도 영화 제목)가 된다.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유람선을 타본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눈치챘을 법한, 운하 주변에 위치한 고급 주택들의 보안 문제가 어찌 보면 이 영화 초반부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같다. 라스베이이거스 지하 현금보안소의 철통 보안에 비해 아무래도 암스테르담의 수백년 된 고옥은 허술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 영화는 그 부분을 이러저러한 구실을 덧붙이지만, 아무래도 로케이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편에서 이라크전에 참전하기를 거부한 프랑스 정부에 대한 미움 때문에, 프렌치 프라이가 프리덤 프라이로 바뀐 뒤, 〈매트릭스〉도 그렇고 〈오션스 트웰브〉도 그렇고 이즈음 할리우드 영화에선 공적 1호가 프랑스 남자다. 이 영화에서 ‘나이트 폭스’라는 별명의 뱅상 카셀이 바로 문제의 프랑스 라이벌로 등장한다. 결국 유로폴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유로폴은 무능하고 미연방수사국은 가짜다. 그리고 〈오션스 트웰브〉는 별 두개다.

김소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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