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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3 17:50 수정 : 2005.01.13 17:50



꾸밈없이 느릿느릿 ‘휴식같은 평온’

영화감독 현성(장현성)은 광주에 관한 시나리오를 쓰다가 문득 짐을 싸 제주도 아래의 작은 섬 우도로 떠난다. 우도는 10년 전 첫사랑과 그가 처음으로 여행을 왔던 곳. 정확히 10년 후 같은 곳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했던 모텔로 가지만 여자친구는 도착하지 않는다. 이미 오래 전 여자친구는 결별을 통보하고 독일로 떠나 독일인과 결혼한 상태다.

송일곤 감독의 <깃>은 현성이 우도에서 머무는 열흘을 느린 호흡과 한발짝 떨어져 있는 시선으로 담는다. 노트북을 들고는 왔지만 일할 생각도, 딱히 만날 사람도 없는 현성이 빈둥거리며 동네를 걸어다니거나 모텔에서 일하는 소연(이소연)과 영양가 없는 잡담을 하는 모습이 한가롭게 펼쳐진다. 영화 속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느낌이고 현성과 소연의 대화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옆자리에 앉아 듣는 듯 편하고 느긋하다.

<깃>은 본래 환경영화제의 단편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기획됐던 영화지만 재편집을 거쳐 73분짜리 장편으로 개봉하게 됐다. 열흘 동안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기 때문에 이야기나 장면의 세공이 정교하지는 않지만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휴식같은 평온을 제공한다. 배우 이름을 극중 인물의 이름으로 그대로 쓴 것에서도 느껴지듯 <깃>은 꾸밈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현성과 소연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조금씩 서로에게 관심을 느끼게 되지만 거기까지가 전부다. 화학 조미료를 첨가해 달콤한 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심심한 맛도 있지만 그만큼 찝질한 뒷맛도 남기지 않는다. 난데없이 우도 땅 한 가운데 나타난 공작새나 풀밭 한가운데 놓인 피아노는 송일곤 감독의 ‘낙관’처럼 느껴지는 장면들. 옥상 위에 놓여진 책상과 햇빛을 가리기 위해 세워놓은 장막이 바람에 ‘깃’처럼 한가로이 펄럭이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청정한’ 기운과 비교한다면 1년 뒤 소연과 현성이 서울에서 다시 만나는 마지막 장면은 사족처럼 느껴진다. 14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영화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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