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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3 17:55 수정 : 2005.01.13 17:55

은둔 무림고수와 조폭의 결투
1인4역 저우싱츠 진가 확인

1930년대 상하이. 조직폭력배 도끼파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인공 저우싱츠(주성치)는 그의 전작처럼 이번에도 백수 건달이다. 돈도 없고 싸움도 못하는 그는 도끼파의 일원이 돼 그 못된 권력을 조금이라도 얻어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가난한 마을 돼지촌을 찾아가 주민들 앞에서 조폭의 흉내를 냈다가 실컷 얻어터진다. 그 와중에 진짜 도끼파와 엮이게 되고, 도끼파는 주민들을 비참하게 짓밟는다. 그때 정체를 숨긴 채 돼지촌에 숨어살던 진짜 무림의 고수 셋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서 도끼파들에게 실력을 발휘한다.

<쿵푸 허슬>은 별 볼 일 없는 건달이 해프닝을 벌이며 고생하는 코미디에서 시작하더니 이 싸움 장면에서부터 예기치 못한 쿵푸의 향연을 선사한다. <와호장룡>처럼 미국 콜롬비아영화사가 돈을 대 만드는 아시아 프로젝트인 이 영화의 제작비는 2400만달러. 그 돈으로 <매트릭스>의 원화평 무술감독과 <스파이더 맨>의 특수효과팀을 동원해 한껏 ‘뻥’을 친다. 발차기 한번으로 열두명을 쓰러뜨리고, 한꺼번에 6개의 봉을 휘두르는 이 고수 앞에 수많은 도끼파 대원들이 <매트릭스>의 검정옷 입은 요원들처럼 삽시간에 공중으로 나가 떨어진다. 그걸 그럴 듯하게 연출한다.

%%990002%%이제 영화는 숨은 고수들이 차례로 나타나 실력을 겨루는 고수열전으로 옮겨간다. 도끼파는 돼지촌의 고수들을 물리칠 또 다른 고수를 찾아오고(이들은 거문고의 음향 속에 칼을 실어 날린다), 돼지촌의 고수들이 거기에 당하자 돼지촌에선 그보다 한 수 위인 진짜 고수 부부가 나타난다(부부 중 여자는 고함으로 막강한 장풍을 날린다). 그 한켠에선 도끼파가 되려는 저우싱츠의 악전고투와, 거기 숨겨진 슬픈 사연(나중에 한 여자와의 사랑으로 이어질)이 이어지면서 조금씩 드라마를 쌓아간다. 물론 저우싱츠는 스스로 모를 뿐 고수가 될 타고난 자질을 지니고 있었고….

결투가 이어지면서 뻥이 한껏 세지고, 그 뻥은 조금 잔인하더라도 관객이 웃고 즐길 수 있도록 허락한다. 발상 자체는 신선한 게 아니지만, 이런 제작비와 특수효과를 동원해 실컷 뻥을 치는 프로젝프가 완성될 수 있게 한 건 저우싱츠 아니면 힘든 일이다. 소수 마니아만 즐기는 코미디를 만들다가 차츰 보편성을 넓히더니 2001년작 <소림축구>를 통해 세계적 스타임을 증명한 그는 자기 필모그래피의 정점에서 이소룡과 쿵푸에 대한 어릴 때부터의 사랑을 쏟아부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저우싱츠는 이 영화의 제작, 감독, 각본, 주연 1인4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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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즐길 거리가 많은 <쿵푸 허슬>은 저우싱츠가 세계적 엔터테이너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다만 영화 속에서 저우싱츠가 쌓아가는 드라마는 약한 편이다. 뻔한 것인 데도 뭉클하게 만드는 힘이 전작 <소림축구>에 못 미치는 듯하다. 13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무비앤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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