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석규- 호흡이야 뭐, 척하면 착이죠
백윤식- 반듯하게 잘 컸지 이젠 답이 딱 나와
2월초 개봉예정인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은 10·26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뿐 아니라 백윤식(58)과 한석규(41), 두 배우가 출연한다는 사실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90년대 중반 텔레비전 드라마 <서울의 달>에 함께 출연했던 둘은 이 영화를 통해 10년만에 다시 만났다. 그 사이 한국 영화의 간판급 주연배우가 된 둘은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극중 이름 박 부장, 백윤식)과 그를 수행했던 박선호 과장(극중 이름 주 과장, 한석규)으로 출연한다.
10년만의 재회
한석규: “<서울의 달> 때는 (백윤식이) 어려워서 개인적인 질문을 한 적이 없다. 이 영화 찍기로 하고 만났을 때 꼭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안았다. 백 선생님은 이러셨다. ‘야, 영화에서도 우리가 또….’ 촬영 동안 연기에 대한 얘기보다 잡담을 많이 했다. 그게 중요하다. 편안함과 신뢰를 갖는 것. 백 선생님과의 호흡? 호흡이야 뭐, 척하면 착이죠.”
백윤식: “(한석규가) 많이 훌륭해졌어. 출중한 배우가 돼 있더라고. 그때는 애기 때였잖아. 남자한테 이런 말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청초한 느낌이랄까, 그랬는데 10년만에 다 커서 만나니까 감개무량하지. 인간적으로도 반듯하고 젠틀맨쉽이 깃들어져 있고, 좋은 매너의 생활만 해와서인지. 석규랑 연기하면 인간적인 것, 배우적인 것 합쳐 딱 답이 나오잖아. 아주 스마트하고 정갈하게 넘어갔지.”
<그때 그사람(들)>의 출연, 왜? 어떻게?
|
||||
한/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게 아니라 배경이나 사정을 담았을뿐
백/ 내 나름대로 알고 있었던 김재규는 접근시키지 않았다.그냥 담백하게 진솔하게…
한: “출연이 꺼려지지 않았냐고?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아, 이걸 영화로 할 수가 있구나. 그래서 기뻤다. 사실 언젠가는 영화화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이야기 아닌가. 또 이 영화가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평을 내리는 영화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 배경이랄까, 사정들을 담는다고 할까. 언짢고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의도가 없는 영화니까 이해해 주셨으면 싶다.”
중앙정보부의 두 남자
백: “사건 당시 내가 30대 초반이었고 실제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해 나 나름대로 알고 있던 것도 있었지만 그런 건 접근시키지 않았다. 이건 책(시나리오)이다. 책에 의존해서 보니까 내가 어떻게 가야겠구나가 나왔다. 캐릭터 형성이 됐다. 그럼 그걸 어떻게 연기할까. 그때 내 노트는 이랬다. ‘담백하고, 진솔하고, 담담한.’… 그런데 책 속에서 그려지는 이 사건이 참 답이 안 나와요. 어마어마한 행동을 해놓고 용두사미도 아니고 오리무중으로 가니까. 난센스적인 세상이지. 그런 상황에서 살고 있었다는 자괴감 같은 걸 담는 거지.”
한: “연기 시작할 때 주 과장을, 늘 껌을 씹고 머리엔 새치가 많은 인물로 연기하면 어떻겠냐고 임 감독에게 물었다. 답은 이랬다. ‘막 해 주세요, 대신에 잘 해 주세요.’ 별 제재 없이 즉흥대사를 많이 했고, 내 촬영분의 절 반 정도가 테이크 한번에 오케이 사인이 났다. 그렇다고 코미디로 접근하진 않았고, 다만 연기의 톤을 높였달까. 실제 인물을 염두에 두진 않았지만 재판 기록을 보니까 그가 1년 동안 쉰 날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 그 사람 심정이 어떨까. 원하지 않는 일을 계속해야 하고, 끝은 안 보이고. 불평 많고 남을 믿지 않는 이 인물의 행동 속에 그런 심경을 담아 전하려고 했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명필름 제공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