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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 돌려주는 몰카
우리나라에서 모텔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각별하다. 여행자들이 하룻밤 쉬어가는 곳이라는 본래의 뜻보다는 연인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변형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스무살 성인이 된 뒤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대부분인 우리의 청춘남녀들은 자신의 집에서 버젓이 애정행각을 벌이는 서양 청춘들을 부러워하며 모텔로 숨어든다.
<연애술사>는 대부분이 현실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양지로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모텔 문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한술 더 떠 모텔 안 ‘몰카’(몰래카메라)라는 극단적인 소재를 골랐다. 그렇다고 선정적인 성인물을 지레 떠올릴 필요는 없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로맨틱 코미디이다.
스타 마술사인 지훈(연정훈)은 모든 여자를 “한번에 주는 여자와 공들여야 주는 여자” 두 종류로만 나누는 바람둥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녀 치과의사를 상대로 작업에 몰두하는 지훈에게 뜻밖의 비보가 날아든다. 과거 어느 한 모텔에서 찍힌 자신의 몰카가 인터넷에서 돌고 있다는 것.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걸 두려워한 지훈은 몰카에 찍힌 옛애인 희원(박진희)을 찾아 경찰에 신고하지 말 것을 당부하지만, 희원은 몰카의 범인을 직접 잡아야 한다며 흥분한다. 몰카를 찾기 위해 모텔 순례에 나선 이들은 사사건건 서로 부딪히면서도 예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지만, 몰카의 위력은 뒤늦게 폭발하고 만다.
영화는 대중의 훔쳐보기 심리가 한 개인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따위를 힘주어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몰카는 그저 주인공들이 사랑을 깨닫게 만드는 도구일 따름이다. 그럼에도 몰카를 즐겨보는 이들이 ‘내게도 저런 일이 생긴다면’ 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힘을 발휘할 듯하다. 다만 로맨틱 코미디의 핵심이어야 할 주인공들의 사랑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은 좀 부친다. 천세환 감독. 20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무비앤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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