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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돈 잘버는 11살 다코다 페닝 ‘아역 찬밥’ 우리나라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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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콜라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를 인용하자면, 할리우드에서 영화 흥행수입 실적이 가장 좋은 배우는 11살짜리 아역 스타 다코타 패닝이다. 이 야무진 아역 스타는 지난 4년 동안 <아이 엠 샘> <우주전쟁> 등 12편의 영화에 출연해 모두 6억473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우리돈으로 6653억원에 이르는 어마한 액수로, 9편에 출연해 5억8550만달러를 끌어모은 줄리아 로버츠나 11편에 출연해 4억9690만달러의 흥행성적을 거둔 니콜 키드먼 보다도 많은 액수다.그 어마어마한 액수에도 놀랐지만 할리우드의 영화 환경에 또 한번 입이 벌어졌다. 제 아무리 ‘다코타 패닝’이라고 해도, 아역 배우에 불과한(?) 그가 숀팬, 덴젤 워싱턴, 톰 크루즈 등 톱 남자배우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아동용’이 아닌 일반 영화를 찍고, 더군다나 그런 영화들이 엄청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할리우드의 인프라가 놀랍기 그지 없었다. 그래, 다코타 패닝은 말 그대로 ‘제 아무리 다코타 패닝’이다. 성인 연기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연기를 잘 한다. 그를 보겠다고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줄을 잇고 있으니 흥행력마저 갖췄다. 하지만 다코타 패닝이 미국 할리우드가 아닌 한국 한류우드에서 연기했다면, ‘제 아무리 다코타 패닝’이라고 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한국의 아역 스타들과 세계적인 스타 다코타 패닝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인 연기자 만큼 연기를 잘 하는 한국의 주연급 아역 배우들의 스타성이나 그들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다코타 패닝의 그것에 더욱 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아역 주연의 영화를 제작했던 한 프로듀서는 “우리 아역 배우들은 할리우드 아역 배우들과 달리 스타성이 성인 배우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기 때문에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아역 스타의 소속사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고개를 젓개 된다. 그는 “한국은 어린이들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보호해야 할 대상 정도로 여기는 성향이 강하고, 제작자나 관객들이 성인 대상 영화의 아역 배우들을 귀여운 감초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타성이 있는 아역 배우가 없기 때문에 아역 주연의 성인 대상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그런 영화가 없기 때문에 성인 배우 같은 스타성을 갖는 아역 배우가 크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역 배우 만이 아니다. 할리우드는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 같은 노배우들이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같은 로맨틱 코미디의 주연을 맡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여러 연령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주연 캐릭터들과 그에 걸맞는 스타성을 뽐내는 여러 연령대의 배우들이 존재한다. 한국 영화에서도 <안녕, 형아>의 박지빈(10)군 같은 아역 배우나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 <범죄의 재구성> <그 때 그 사람들> 등 영화에서 주연을 맡고 있는 백윤식(58)씨 같은 ‘노소 배우’들의 활약이 점차 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할리우드와 살짝만 비교해 봐도, 한국 영화의 캐릭터나 배우들의 연령층은 종잇장 처럼 얇게만 느껴진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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