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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31 17:16 수정 : 2005.08.31 17:16

로메로의 ‘좀비’는 더 영악해졌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으로 60년대 말 공포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조지 로메로가 새 좀비영화 <랜드 오브 데드>로 돌아왔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시리즈 3편인 <시체들의 낮>(1985) 이후 20년 만이다. <랜드 오브 데드>는 말 그대로 좀비와 사람들과의 대결이 아니라 이미 좀비가 세상을 장악하게 된 뒤의 이야기다.

온 몸이 뜯긴 채로 되살아나 배회하는 시체들로 가득해진 미국의 어느 도시. 사람들은 좀비와 전쟁하기를 포기하고 좀비들이 접근할 수 없는 작은 섬으로 대피해 산다. 좀비들을 뚫고 식량 등 보급품을 챙겨오는 일을 하는 라일리(사이먼 베이커)는 좀비들의 주의를 돌리는 데 직효였던 폭죽이 아무런 효과를 못보면서 좀비들에게도 사고력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랜드 오브 데드>는 ‘살아있는 시체’ 시리즈에서 좀비에게 쫓기는 인간 군상을 통해 ‘나와 다른 자’들에 대한 미국 중산층 또는 지배계급의 혐오와 스스로 파국을 부르는 이기주의를 그렸던 로메로 감독의 주제의식이 그대로 녹아있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계급은 셋으로 나뉜다. 사람과 좀비, 그리고 사람 속에서도 카우프만(데니스 호퍼)이 만든 초호화 안전 건물에 살 수 있는 부유층과 그곳에 진입하지 못한 빈곤층으로 나뉜다. 중무장한 군인들과 고압전류가 흐르는 벽으로 보호받는 부자들의 공간 ‘피들러 그린’은 마치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쌍둥이 빌딩을 연상시킨다. 선택받은 사람들은 건물 밖의 좀비들이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고 살아간다. 그러나 ‘벌레만도 못한 괴물’들에게 속수무책으로 공격받으며 결국 자신들이 처놓았던 덫에 스스로 발목 잡히는 꼴이 된다.

라일리 일행은 좀비들과 일전을 벌여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기는 하지만 좀비들은 쫓겨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사람들을 떠난다. 눈에 보이는 공포를 제거하는 것으로 부족해 그 뿌리까지 뽑으려는 발상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지 영화는 말한다. 2000년대 로메로가 보내는 메시지는 ‘악의 축’ 제거를 장담하는 부시를 향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2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유아이피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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