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1.03 05:00 수정 : 2019.01.03 13:35

‘12월 특수’ 커녕 ‘최악의 부진’
연말 개봉 스윙키즈·마약왕·PMC
1년 전 견줘 관객 반토막 ‘참패’
작년 ‘100억 대작’ 10편도 외면

새해 대작 줄고 ‘틈새 전략’
봉준호+송강호 ‘기생충’ 주목
최민식·한석규 사극 ‘천문’서 재회
임정 100돌 맞춘 ‘전투’ ‘항거’ 관심

“12월 특수는커녕, 최악의 부진.”

한국영화가 극성수기인 12월 참패를 면치 못했다. 총제작비 150억원대인 <스윙키즈>, <마약왕>, 등이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세 편 모두 손익분기점조차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작품성은 물론 개봉 전략에서도 참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 투자배급사는 2018년의 실패를 바탕으로 새해엔 다양한 장르의 중소규모 영화 위주 라인업을 짜는 등 전략 수정에 나섰다.

올해 선보일 영화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다시 만난 <기생충>(위 사진)와 한석규가 세종, 최민식이 장영실 역할로 나오는 <천문>.
■ 반토막 난 12월 성적…손익분기점도 못 맞춰 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살펴보면, 박스오피스 1위는 외화 <아쿠아맨>이다. 지난달 19일 개봉한 <아쿠아맨>은 이날까지 누적관객수 387만여명을 돌파하며 개봉 2주째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범블비>도 8일 만에 130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반면 한국영화는 말 그대로 맥을 추지 못했다. 지난달 19일 개봉한 <스윙키즈>는 박스오피스 6위로 내려앉으며 겨우 132만여명을 모았다. 같은 날 개봉한 <마약왕> 역시 누적관객수 183만여명에 그치며 10위까지 밀렸다. 두 작품 모두 사실상 스크린에서 내려가는 수순이다. 26일 개봉해 가장 늦게 연말 전쟁에 뛰어든 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개봉 일주일째 누적관객수 137만여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지만, 개봉 초기 프리미엄을 고려할 때 기대 만큼의 위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수기인 12월, 한국영화는 최악의 성적 부진(총 관객수 1012만여명)에 시달렸다. <강철비>, <신과함께-죄와 벌>, <1987>이 모두 흥행에 성공한 2017년 12월(1855만여명)에 견주면 54%에 불과한 수준이다. 12월 한국영화 점유율도 46.1%에 그쳤다. 한국영화 12월 점유율이 50%를 밑돈 것은 지난 2011년(37.4%) 이후 7년 만이다.

■ 반복된 참패…신생사 가세한 새해엔 더 치열 이는 비단 겨울 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추석시즌에도 <안시성>, <명당>, <협상>, <물괴> 등 100~200억대 대작 4편이 쏟아졌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안시성> 뿐이었다. 2018년 100억 이상 대작 14편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4편(<신과함께-인과 연>, <독전>, <공작>, <안시성>)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물량공세에 기댄 안일한 기획이 결국 화를 불렀다고 지적한다. 정지욱 평론가는 “규모는 커졌지만,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소재나 플롯이 구태의연하다 보니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고 취향을 저격하기엔 역부족이었다”며 “성수기 영화의 주연배우가 잇달아 겹치는 촌극을 빚은 것만 봐도 영리한 기획이 아닌 스타에 의지한 쉬운 길을 택한 점이 드러난다”고 짚었다.

투자배급사들이 성수기에 대작을 몰아 개봉하는 전략을 버리지 못한 것도 참패의 원인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성수기라야 제작비를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과 각 배급사의 자존심 문제 등이 얽히면서 출혈경쟁이 반복되고 있다”며 “하지만 <완벽한 타인>, <암수살인> 등에서 보듯 비수기 틈새를 공략한 전략이 되레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시장 규모에 견줘 작품이 너무 많은 것이 근본적 문제인데, 새해엔 메리크리스마스·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등 신생 투자배급사가 가세하는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악령과 퇴마사가 등장하는 김주환 감독의 <사자>.
■ 반면교사 삼은 2019년 라인업…규모↓다양성↑ 2018년의 위기를 반면교사 삼은 탓인지 지난해엔 견줘 100억원 이상 대작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이중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다시 만난 <기생충>이 관심작이다. 온가족이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가면서 시작되는 사건을 그린다. 재난영화 <엑시트>도 눈길을 끈다. 유독가스가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상황을 그린 새로운 스타일의 재난 액션영화다. 조정석·윤아·고두심 등이 주연을 맡았다.

새해 충무로엔 사극·오컬트 등 틈새를 노리는 다양한 장르의 중소규모 작품이 등장할 예정이다. 세종대왕과 장영실 이야기를 그린 <천문>은 <덕혜옹주>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쉬리>의 한석규(세종)·최민식(장영실)이 20년 만에 재회한다. 훈민정음 창제기를 다룬 <나랏말싸미>는 <사도> 등 사극 각본가로 유명한 조철현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송강호가 세종대왕 역을 맡았다.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도 여러 편 찾아온다. 독립군의 값진 승리인 봉오동 전투를 그린 <전투>를 비롯해 조선어사전 편찬 과정을 코믹휴먼드라마로 그려낸 <말모이>, 독립투사 유관순(고아성 분)의 생애를 담은 <항거> 등이 잇달아 개봉한다. 취향 저격용 장르물도 한 보따리다.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의 신작 <사자>는 아버지를 잃은 격투기 선수가 구마 사제와 만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신과 대결하는 오컬트물. 안성기·우도환·박서준이 주연을 맡았다. <클로젯>은 아내가 죽고 딸까지 실종된 아빠(하정우)가 퇴마사(김남길)와 힘을 합쳐 그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사바하>는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신흥종교와 관련된 초자연적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현대사를 재조명한 작품은 ‘환상의 콤비’가 재회한 것이 특징이다. 1970년대 정치공작을 주도한 중앙정보부장들의 행적을 재조명한 <남산의 부장들>은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과 이병헌이 다시 만났다. 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당시 신민당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이면의 이야기를 그린 <킹 메이커: 선거판의 여우> 역시 <불한당>의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가 다시 호흡을 맞췄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