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2 22:00
수정 : 2019.05.2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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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영화 <알라딘>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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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애니메이션 ‘알라딘’ 오늘 개봉
아랍계 배우들로 몰입 높이고
페미니즘 등 현대 감수성 더해
최정점 찍은 CG로 볼거리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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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영화 <알라딘>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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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주인공이 살아 움직인다면?’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상상이다. ‘동심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월트디즈니는 그동안 <말레피센트>(2014), <신데렐라>(2015), <정글북>(2016), <미녀와 야수>(2017) 등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디즈니 라이브 액션)를 통해 계속해서 이런 상상을 현실화해왔다. 올해도 지난 3월 개봉한 <덤보>를 비롯해 <알라딘>(23일 개봉), <라이온 킹>(7월 개봉)까지 세 편의 애니메이션 실사영화를 스크린에 올린다.
실사영화의 성패는 그 만듦새가 관객의 기대를 뛰어넘을 만큼 압도적이냐에 달렸다. 향수를 자극하는 원작의 아우라를 잘 품으면서도 현대적 감수성을 담아내야 하며, 완벽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줘야만 한다. 과연 <알라딘>은 성공적인 실사영화 <정글북>과 <미녀와 야수> 등으로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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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영화 <알라딘>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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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의 향수 물씬 <알라딘>은 중동 지역에 내려오는 전설인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알라딘과 마법 램프’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실사 역시 원작 애니와 이야기의 꼴은 유사하다. 원숭이 아부와 함께 사는 좀도둑 알라딘이 세상 구경을 나온 술탄의 딸 자스민 공주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술탄의 자리를 노리는 사악한 마법사 자파의 유혹에 속아 동굴 속 램프를 찾으러 간 알라딘은 그 안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를 만나게 되고, 지니의 힘을 빌려 자스민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
사막의 나라 아그라바를 배경으로 한 만큼 원작의 향수를 해치지 않도록 대부분의 출연진을 이국적인 외모의 배우로 캐스팅했다. 알라딘은 이집트 출신의 신예 메나 마수드가 연기한다. 진한 쌍꺼풀, 짙은 눈썹, 구리색 피부 등 원작 속 알라딘이 살아 나온 느낌이다. 단점이라면 한국 관객에겐 그 외모가 다소 느끼할 수 있다는 것. 자스민 공주 역시 인도계 혼혈로 가수 겸 배우인 나오미 스콧이 맡았다. ‘화이트 워싱’(유색인종 배역에 백인을 캐스팅) 논란을 피해 가면서도 싱크로율을 높인 점이 매력 포인트다.
원작 애니와 다른 점을 꼽자면, 마치 왕에게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셰헤라자드처럼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이라는 점이다. 아버지는 다름 아닌 지니 역을 맡은 윌 스미스. 이런 수미쌍관식 구성은 영화의 전체적인 완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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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영화 <알라딘>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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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적 감수성 가미 영화 속 자스민 공주는 원작보다 훨씬 더 진취적인 여성이다. ‘정략결혼을 피해 궁을 도망쳐 나온 공주’라는 원작의 설정에 더해 “왜 여자는 술탄이 될 수 없을까”를 한탄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디즈니 애니 속 ‘예쁜 공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페미니즘’이라는 시대적 조류를 체득한 존재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는 실사영화 <미녀와 야수> 속 벨이 학문에 대한 열정과 지식에 대한 탐구에 목말라하는 적극적인 여성의 면모를 보였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디즈니의 최근 변화를 잘 보여준다.
원작 속 뮤지컬 요소를 그대로 따오면서도 현대적 풍미를 더한 삽입곡(OST) 역시 일품이다. 주제가인 듀엣곡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는 원작에 견줘 아랍 느낌이 훨씬 더 강하게 가미됐다. 여기에 지니가 부르는 노래는 래퍼이기도 한 윌 스미스에게 걸맞게 랩과 코믹한 댄스를 가미한 모던한 느낌으로 편곡했다. 새로 추가된 자스민의 솔로곡 ‘스피치리스’(Speechless)는 강렬하고 고혹적인 고음에 “더는 침묵하지 않고, 악당 자파는 물론 세상과 맞서겠다”는 가사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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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영화 <알라딘>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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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일보한 기술의 정점 지니가 부리는 온갖 마법의 현실화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수백 마리의 코끼리와 타조, 공작 등과 함께 아그라바에 입성하는 알라딘 일행의 행렬과 ‘어 홀 뉴 월드’를 부르며 마법 양탄자를 타고 나는 알라딘과 자스민 앞에 펼쳐지는 풍광은 영화의 백미다. 영화 속 감초인 원숭이 아부와 호랑이 라자, 앵무새 이아고까지 완벽 재현된 동물들은 털 한 올, 움직임 하나까지 세심하게 다듬어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화려한 비주얼 못지않은 감각적인 연출은 감독인 가이 리치의 장점이다. 스턴트에 가까운 동작으로 아그라바 시장을 누비며 경비병을 따돌리고, 보석으로 가득한 동굴에 흘러내리는 용암을 피해 이리저리 뛰고 달리는 알라딘의 액션 연기는 몸이 들썩일 만큼 리드미컬하고 흥겹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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