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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0 16:12 수정 : 2019.07.10 16:22

‘지옥화’의 한 장면. 영화 속 ‘소냐’(최은희)는 한국 영화에서 팜므파탈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기획전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

‘지옥화’의 한 장면. 영화 속 ‘소냐’(최은희)는 한국 영화에서 팜므파탈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에나 간다’는 말은, 한국영화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더한다. 통념의 경계를 넘는 여자, 욕망에 충실한 여자, 사회의 위선에 반기를 든 여자. 한국영화가 탄생한 이후 지난 100년동안 풍요로운 사회적 의미망과 다채로운 지향점이 스크린 안에서 펼쳐질 수 있었던 것은, 금지된 곳이라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는 이런 여성 캐릭터들 덕분이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한 전시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여성 캐릭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전’의 취지도 이런 맥락이다. ‘불온한 섹슈얼리티’ ‘위반의 퀴어’ ‘초-능력’ ‘비인간 여자’ ‘법 밖에 선 여성’ ‘엄마의 역습’이라는 여섯가지 주제로 영화 속 주요한 여성 이미지를 조명한다.

“나는 새장의 새가 아니에요!”라며 집을 뛰쳐나오는 <미몽>(1936)의 애순(문예봉)부터 한국적 팜므파탈 영화의 시초로 기록된 <지옥화>(1948)의 소냐(최은희), 욕망의 표현에 거리낌없는 <하녀>(1960)의 하녀(이은심), 핍박받는 조선의 퀴어 <사방지>(1988)의 사방지(이혜영), 호러와 에로를 오가며 전통적 성역할을 뒤집는 <묘녀>(1974)의 고여사(선우용녀), 복수를 위해 살인도 마다않는 <친절한 금자씨>(2006)의 금자(이영애), 학대받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세상에 맞서는 <미쓰백>(2018)의 백상아(한지민) 등 60명 가까운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딸림 행사도 마련됐다. 전시된 소개된 영화 중 13편을 볼 수 있는 상영회(8월6~18일), ‘여성과 영화’를 주제로 한 전문가 강연(7월23~8월22일) 등도 열린다. 서울 상암동 한국영화박물관. 12일부터 10월13일까지. (02)3153-2039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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