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4 10:55
수정 : 2019.08.1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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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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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역사 바로알기’ 흐름 힘입어
‘봉오동…’ 개봉 7일만에 245만명 넘겨
‘김복동’도 예매표 나누기 등 성원 속 순항
‘주전장’은 ‘앵어롱’ 등 참신한 이벤트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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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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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14일)과 ‘광복절’(15일)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인 데다 최근 화이트 리스트 국가 배제 등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반일감정이 끓어오르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역사 바로 알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스크린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항일전투와 위안부 문제 등을 소재로 한 영화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개봉한 여름 텐트폴 영화 <봉오동 전투>는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보면, <봉오동 전투>는 개봉 7일 만에 누적관객수 245만6064명을 기록 중이다. 1920년 6월, 우리 독립군이 사상 최초로 일본의 정규군에 맞서 값진 대승을 거둔 봉오동 전투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 관람객 평점 9.28점, CGV 골든 에그지수 96%, 롯데시네마 관람 평점 9.3점을 기록 중이다. 투자배급사인 쇼박스 관계자는 “애국심을 고취하는 다양한 연출과 강렬하면서도 통쾌한 액션이 강점인 <봉오동 전투>는 주 관객층인 2030 세대뿐 아니라 4050 관객에게까지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다”며 “특히 3인 이상 가족 관객들도 많아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역사교육을 위한 필람 영화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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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오동 전투>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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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을 담보하기 힘든 장르로 여겨졌던 다큐멘터리 중에서도 ‘위안부’를 소재로 한 두 편의 작품만큼은 관객 쌍끌이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8일 개봉한 다큐 <김복동>은 개봉 6일 만에 3만7887명을 끌어모으며 선전 중이다. 이 작품은 올해 1월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평화·인권운동가였던 김복동 할머니의 삶과 27년 투쟁의 역사를 촘촘히 담아낸 기록물이다. 배우 한지민이 내레이션 맡았고, 가수 윤미래가 주제곡을 불러 화제를 모았다.
배급사인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는 “이번주에 평화나비네트워크, 성남시청, 여성가족부, 해양수산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단체관람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오늘(14일)이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인 데다 수요집회가 1400회를 맞는 날이기에 관객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복동> 관람권을 예매해 주변인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표 나누기’, 영화를 직접 보지 않더라도 표를 구매하는 ‘영혼 보내기’등 관객들의 자발적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들도 관람 대열에 합류했다.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통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이 이 작품을 관람하고 관람평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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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김복동>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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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만든 다큐 <주전장> 역시 개봉 20일 만에 누적관객수 2만5천명 돌파(총 2만4631명)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작품은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다. 현재 상영관이 44개 관에 불과한 데다 상영 시간도 프라임 타임대는 아니지만, 일부러 이 영화를 찾아보는 관객이 많다.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제3의 시각’에서 위안부 문제와 일본 우익들의 본질을 파헤치는 논쟁적 작품이라는 점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작품의 배급사인 시네마달은 지난 4일에 이어 14일 저녁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앵어롱 2차 상영회’를 개최한다. ‘앵어롱’은 영어의 ‘분노’(Angry)와 ‘~와 함께’(Along)를 조합한 단어로, 영화를 보며 분노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상영회를 뜻한다. 시네마 달 관계자는 “앵어롱 상영회에서는 화가 날 때 속을 뻥 뚫어준다는 의미의 사이다와 욕이 튀어나올 때마다 터뜨리라는 의미의 에어캡이 제공된다, 소음에 신경쓰지 않고 분노를 마음껏 터트릴 수 있어 관객들 호응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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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전장>의 한 장면. 시네마 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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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만행을 고발하고 역사를 바로 알리는 영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 지난 3월 개봉했던 다큐 <1919 유관순>이 <1919 유관순 그녀들의 조국 외전>이라는 이름으로 광복절을 맞아 재개봉한다. 또 일본 아오모리현 군사시설에서 강제노역을 당했던 조선인 노동자와 가족 1만명을 태우고 귀국길에 올랐다가 1945년 8월24일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침몰한 우키시마호 사건을 추적한 다큐 <우키시마호>도 다음 달 개봉할 예정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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