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27 14:28
수정 : 2019.08.27 19:29
‘코끝 찡한’ 동물영화 2편 9월5일 개봉
동물원 일상 다루며 ‘동물권’ 성찰하는 ‘동물, 원’
소녀 돌보려 계속 환생하는 개 이야기 ‘안녕 베일리’
인간과 가장 가깝고도 먼 존재인 ‘동물’에 관한 두 편의 영화가 새달 5일 나란히 극장에 걸린다. 삶의 동반자인 반려견의 환생 이야기를 다룬 <안녕 베일리>와 울타리 너머 동물원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동물, 원>이다. 서로 형식과 소재는 다르지만, 깊은 성찰과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두 편 모두 놓쳐서는 안 될 필람 영화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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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물, 원>의 한 장면. 시네마 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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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나라의 수준이 보인다.”(마하트마 간디)
■ 동물원의 이면을 담은 담담한 영화
지난해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퓨마 한 마리가 우리를 탈출해 시민들에게 재난문자가 발송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안전’을 이유로 퓨마는 사살됐고, 이 사건은 ‘동물원 존폐 논란’으로 번졌다.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이 ‘정형 행동’(비정상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하는 영상은 ‘동물권’을 논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영상이다.
그렇다면 동물원은 모두 없애야 하는가? 다큐멘터리 <동물, 원>은 이 문제를 한 걸음 떨어져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동물, 원>은 시끌벅적한 무대 뒤 백스테이지처럼 관람객들의 눈이 미처 닿지 않은 충북 청주랜드 동물원의 뒷 이야기를 그린다. 아침을 맞은 동물원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호랑이·표범·삵·독수리·사자 등 다양한 동물들과 그들을 돌보는 수의사, 사육사 등 인간들의 일상을 교차한다.
동물원은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이 오가는 공간이다. 오랜만에 새끼 물범이 탄생하기도 하고, 동물원의 개장과 함께했던 늙은 호랑이가 숨을 거두기도 한다. 어미에게 버림받은 동물이 인공 포육으로 살아가기도 하고, 그런 인공 포육 탓에 사람만 따르며 야생성이 거세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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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물, 원>의 한 장면. 시네마 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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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해 청소·진료·수술·번식·사육을 도맡는 사람들은 동물원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풀어놓는다. 마땅히 누려야 할 자연의 공간보다 현저히 좁은 공간에서 일생을 보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사실 동물들 입장에서 (동물원은) 필요 없는 곳”이라고 말하면서도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보전이나 서식처를 잃은 동물을 위한 피난·안식처로서 필요한 곳”이라고도 말한다. 그들은 명쾌한 결론보단 동물원이 단순한 오락거리에 그치지 않고 최대한 동물권을 보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묵묵히 작은 노력을 기울인다.
영화는 지나치리만큼 건조하고 담담하다. 그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왕민철 감독은 “동물원 자체나 일하는 사람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반감은 무지에서 오는 것이었다. 객관적으로 알게 되면 발전된 동물권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제목인 ‘동물, 원’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듯싶다. 초원을 맘껏 뛰고 싶은 동물들의 ‘원’(소원)일 수도 있고, 동물원의 모습을 ‘원’(먼) 거리에서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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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녕 베일리>의 한 장면. 씨지브이 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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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자기 자신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는 이 세상의 유일한 생명체일 것이다.”(조시 빌링스)
■ 1000만 반려인 감동시킬 공감 영화
<안녕, 베일리>는 지난해 개봉해 큰 반향을 일으킨 <베일리 어게인>의 속편으로, 인간과 반려견 사이의 애틋한 유대감을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M 출신 만능엔터테이너 헨리의 할리우드 진출작이기도 하다.
전편인 <베일리 어게인>은 계속해서 환생하는 개 베일리가 원주인이자 영원한 동반자 이든(데니스 퀘이드)과 재회해 결국 첫사랑 한나(마그 헬젠버거)와의 사랑을 이어주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안녕, 베일리>는 이든의 부탁을 받은 베일리가 한나의 아들이 남긴 손녀 씨제이(캐서린 프레스콧)를 돌보기 위해 계속해서 환생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환생할 때마다 겉모습은 다르지만 ‘베일리’로서 정체성을 기억하는 깜찍한 개는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씨제이를 지키며 그녀의 죽마고우 트렌트(헨리)와의 사랑을 이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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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녕 베일리>의 한 장면. 씨지브이 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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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이 환생할 때마다 베일리가 만나게 되는 다양한 환경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작품은 베일리 눈에 비친 씨제이의 성장기를 중심에 둔다. 주인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반려견 베일리의 충성심은 또다시 진한 감동과 눈물을, ‘키스’를 ‘서로 핥는다’고 표현하는 등 중간중간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에 관한 묘사는 폭소를 자아낸다. 전편에 견줘 이야기의 구조는 다소 헐겁지만 울다 웃으며 느낄 감정의 ‘카타르시스’는 전편 못지않다. 애견인이라면 눈물 콧물 다 뺄테니 손수건은 관람 필수품.
영화를 보고 나면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던 모든 반려견의 기억이 머리를 스쳐 갈 것이다. 보스독, 몰리, 빅독, 맥스가 모두 ‘베일리’인 것처럼 내 삶의 순간 순간을 기쁨으로 빛나게 했던 예삐, 꾀순이, 복실이, 설탕이도 모두 ‘뽀삐’의 환생은 아니었을까.
영어는 완벽하되 연기가 어색한 헨리의 모습에 손발이 다소 오글거리지만, 깜찍하고 애교 넘치는 견공들이 펼치는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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