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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11 16:57 수정 : 2019.09.11 19:41

배우 차승원. YG엔터테인먼트 제공

12년만에 돌아온 ‘코미디 장인’

배우 차승원.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개봉 앞
예능·라디오 ‘아이돌급 스케줄’

“앞자리에 숫자 ‘5’를 달고 나니 달라지는 게 많아요. 체력 떨어지고 기초대사량 떨어지고. 늦은 술자리 안 하고 일찍 귀가하는 ‘집돌이’ 된 지 좀 됐어요. 엊그제 라디오 녹화 때문에 배철수 선배님 만났는데, ‘6’이 붙으니 ‘5’가 그렇게 그립더라 하시더군요. 그렇게 흘러가는 게 삶이겠죠. 다만, 나이 들수록 편협하지 않으려 노력해야죠.”

인터뷰 내내 영화 홍보보다 사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차승원은 한껏 여유로워 보였다. ‘불혹’을 지나 이제 ‘지천명’에 다다른 그는 삶의 한가운데 균형점을 찾은 듯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시간을 관리하는” 여유 속에서도 주변을 천천히 살피고 돌봐야 하는 ‘책임감’의 무게는 더 커졌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개봉을 앞두고 예능·라디오 출연, 언론 인터뷰, 무대 인사로 “완전 아이돌급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도 이런 책임감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스케줄은 꺼렸겠죠. 그런데 지금은 저를 믿고 함께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그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거죠.”

<힘을 내요, 미스터 리>(힘내리)는 차승원의 ‘코미디 복귀작’이다. <신라의 달밤> <선생 김봉두> <이장과 군수> 등을 통해 ‘코미디 장인’으로 불린 그이지만, 무려 12년 만의 코미디다. “예전엔 그런(코미디) 이미지가 고민인 때도 있었죠. 하지만 받아들여야죠. 사실 제가 코미디를 좋아해요. 어떤 장르든 저는 유머가 있는 게 좋아요. 유머가 없으면 좀 그렇더라고요. ‘비틀어진 유머’라고 해야 하나, 블랙 코미디 같은, 웃음이 있는 게 좋아요.”

배우 차승원.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하철 참사 시나리오 받고
사고 아픔 왜곡 않으려 고심
“유튜브 보며 연기수위 조절”

코미디의 외피를 썼지만 사실 <힘내리>는 ‘휴먼 감동 드라마’에 더 가깝다. 지적장애를 지닌 철수(차승원) 앞에 백혈병에 걸린 딸 샛별(엄채영)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전반부는 철수의 행동과 말투에 웃음이 터진다면, 후반부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배경으로 철수가 후천적 지적장애를 얻게 된 과정을 보여주는 반전을 통해 감동을 전한다.

“시나리오를 받고서 철수의 지적장애로 인해 사고의 아픔이 왜곡되거나 훼손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계벽 감독 자체가 너무 따뜻하고 맑은 사람이라서 믿음이 가더라고요. 배우라는 직업을 오래 하다 보니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작품 선택에 제일 큰 영향을 줘요. 지하 세트에서 찍는 장면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괜찮았나 봐요. 소방관 등 우리 사회를 위해 희생하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아직 현재진행형인 아픔을 드러내면서도 신파를 최대한 덜어내고, 상업적 코드 또한 적절히 입히는 건 어려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유튜브와 다큐멘터리 같은 걸 참고했는데, 사고를 희화화하지 않으려고 코미디 연기의 수위를 조절해야 했어요. 지금도 ‘덜 할걸’ ‘더 할걸’ 여러 생각을 해요. 그저 장애와 결핍을 가진 아빠와 딸이 서로에게 조금씩 위안을 받고 힘과 사랑을 키우는 이야기로 따뜻하게 다가가면 좋겠어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한 장면. 뉴(NEW) 제공
“나이 앞자리 5 달고 나니 ‘집돌이’…가족과 평온하게 살았으면…”

배우로서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하고, 예능 <삼시세끼>와 <스페인 하숙> 등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쌓으며 지난 22년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차승원. <마녀>의 박훈정 감독, <밀정>의 김지운 감독 등과 차기작이 이미 예정돼 있단다. “원톱? 주연? 이런 욕심은 없어요. 완벽한 단역이라도 쓰임새가 분명하다면 좋겠어요. 누가 봐도 3등 같은 역할은 싫어요. 남에게 피해 안 줄 정도의 치열함이 있다는 스스로의 믿음이랄까? 새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심리랄까? 그 힘을 동력 삼아 가는 거죠. 이젠.”

그래서 앞으로의 목표 역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답보도, 정체도 아닌 지금 상태로 머무르는 것. “가족과 함께 현실에 순응하고 조금 기쁜 일 있으면 작게 기뻐하고, 상처받지 않고 평온하게 사는 거죠. 별 탈 없이. 다만 건강하게 좀 오래 살고 싶어요. 한 100살? 하하하.”

추석 연휴는 무대 인사와 영화 홍보 때문에 “관객과 함께” 보낼 예정이라는 그는 얼마 전 아버지 묘소에 벌초를 다녀왔다고 했다. “성묘하면서 (영화) 잘되게 해 달라고 부탁했죠 뭐. 갈 때마다 부탁만 해요. 하하하. 아버지 살아생전 좋은 아들도 아니었는데, 돌아가시고도 늘 빚만 지고 사네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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