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8.08 18:43 수정 : 2005.08.08 18:45

보성에 공연예술촌 꾸미는 ‘연바람’ 오성완 대표-폐교를 살려내 연극혼 심는다

폐교를 살려내 연극혼 심는다

 “꼭 귀신 나올 것 같았어요….”

보성공연예술촌 ‘연바람’ 대표 오성완(42)씨는 지난 5일 옛 분교 건물을 가리키며 피식 웃었다. 쓸모없이 내버려져 있었던 전남 보성군 노동면 학동리의 옛 학동분교는 10년 만에 다시 불이 켜졌다. 지난 4월 그는 광주 푸른연극마을 전용 소극장 ‘연바람’ 간판을 떼어내고 폐교로 옮겨 새로운 삶과 예술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단원 21명 중 8명이 그를 따랐다. 동료 연극인인 부인 이당금(36)씨와 딸 새희(10)도 기꺼히 동행했다. 나머지 단원들은 광주에서 출퇴근하며 귀향 여부를 고민 중이다.

50여편 연출한 광주의 연극인
푸른연극마을 소극장 간판 떼
단원 8명, 아내·딸과 폐교로
11∼15일 ‘연바람 여름예술제’
‘한여름의 꿈’ 등 무대 올려

단원들은 묵혀 있던 건물을 황토색으로 칠했다. 이순신 장군과 이승복 어린이의 동상 사이 화단에 해바라기랑 코스모스를 심었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뛰어다니던 교실은 소품실, 연습실, 식당으로 바뀌었다. 철봉이 있었던 운동장 구석의 맨땅에 ‘별빛무대’ 터를 잡았다. 오 대표는 “따로 무대를 만들지 않고 그냥 흙 위에서 연극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썰렁했던 5천여 평의 터에 새로운 훈기를 불어넣으며 문화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바람난’ 폐교에서 올 여름 유쾌한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 11~15일 ‘연바람 여름 공연 예술축제’는 대자연 속 문화향연이다. 축제 기간에 저녁 8~10시 <한여름 밤의 꿈>(오성완 연출)을 맨땅 무대 위에 올린다. 어울 문화 한마당(오후 6시30분~7시30분)에선 국악과 대중가요, 춤이 함께 어우러진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자거나, 분교 안에 마련된 공동 숙소에서 쉴 수 있다.

오 대표는 1987년 대학 때 <새야 새야>를 처음 연출한 뒤 연극 판에서 잔뼈가 굵어온 정통 연극인이다. 1993년부터 푸른연극마을을 꾸려 <그 여자 이순례> <그해 오월의 진혼곡> 등 50여 편을 연출하는 등 광주의 대표적 연극인이 됐다. 주변에선 “광주 문화중심도시라는 ‘큰 떡’을 두고 왜 시골로 가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오 대표는 지역 연극계가 대도시 거대 문화자본과 차별성을 갖기 위해선 원시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작품을 만들어 시골 어르신들도 작품에 풍덩 빠지게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10월엔 보성 농민 출신 의병장 안규홍의 삶을 다룬 가무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11월엔 소설 <태백산맥>으로 잘 알려진 벌교에서 연극 <부용산>을 공연한다. 오 대표는 “솔직히 공연촌을 만드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아예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의 새로운 도전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내비쳤다. 하지마 그는 “장기적으로 폐교 주변 마을을 연극과 마당극, 춤판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희망과 꿈이 안락한 삶을 거부하고 새로운 삶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그는 최근 인터넷에 카페(cafe.daum.net/pyj2023)를 개설해 학동에서의 새로운 예술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이 카페에 들어가면 별빛무대의 공연일정을 볼 수 있으며 관람예약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후원회원에도 가입할 수 있다. (061)853-3170, 018-610-0525.


글·사진 보성/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