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소리는 판소리 못지않은 대단한 유산” 김영임 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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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소리는 판소리 못지않은 대단한 유산”
“경기 12잡가는 경기민요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경기소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소리꾼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원바탕 소리입니다. 소리 자체의 매력뿐만 아니라 소리를 눌러주고 감아주는 식임새의 모든 것이 들어있어요. 귀명창들이 경기소리의 깊은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기 12잡가를 알아야 해요.” ‘회심곡’과 ‘아리랑’으로 잘 알려진 경기소리 명창 김영임(52·중앙대 예술교육대학원 국악과 교수)씨가 오는 28일 오후 3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경기소리의 진수인 경기 12잡가 완창에 도전한다. 완창에 3∼4시간 걸려 “너무 어려워 엄두 못냈지만 35년 소리꾼으로서 최선” 그동안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경기 12잡가 완창 발표에 대해 그는 “35년 동안 소리를 해오면서 대중들에게 김영임이라는 이름이 꽤 많이 알려졌지만 전문 경기소리꾼으로써 나를 한번 돌아다보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고 밝혔다. ‘유선가’ ‘적벽가’ ‘제비가’ ‘소춘향가’ ‘선유가’ ‘집장가’ 등 12곡으로 돼 있는 경기 12잡가는 서울·경기 지방에 전해지는 경기민요(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의 일종이다. 일반 민요와는 달리 앉아 부른다고 해서 12좌창이라 불리는 12잡가는 스승으로부터 전수받는 전문적인 노래이다. 가사는 서민의 애환이 담긴 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곡조가 느리고 서설이 길어 12곡을 완창하는 데 3∼4시간이나 걸릴 만큼 힘이 든다. 따라서 12잡가 완창은 쉽게 접할 수 없는 드문 무대다. “45살부터 50대 초반은 소리꾼으로는 최절정의 시기입니다. 저 또한 35년간 활동을 해오면서 노하우와 연륜이 쌓여 지금이 가장 소리를 잘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했어요. 남도소리에 판소리 등 긴 소리가 있듯이 경기소리에도 긴 소리인 좌창이 있지요. 판소리 못지 않은 대단한 소리이면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귀중한 음악유산을 세간에 알리는 것이 경기소리를 하는 저의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완창무대를 염두에 두고 오랫동안 12잡가를 공부해왔지만 워낙 어려워서 결심이 서지 못했다”면서 “경기소리꾼으로서 잘하든 못하든 한번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고 큰 마음 먹고 일을 벌였다”고 말했다. 경기 12잡가는 경기민요 보유자인 안비취(작고), 묵계월(85), 이은주(83) 세 명창이 각각 4곡씩을 나눠 보전·전수하고 있는데 그는 지난 1995년 묵계월 문하에 입문해 현재 묵계월제 준보유자(전수교육 보조자)로 있다.그는 “경기 12잡가는 흥겨워서 어깨춤이 절로 나는 대중민요는 아니지만 소리가 깔끔하고 높고 낮음이 그윽하다”며 “배에서 나오는 소리의 진실함이 곁들여진 대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회에는 한명희 전 국립국악원장이 사회자로 나설 예정인데 그는 “선생님을 찾아가 판소리만 연구하지 말고 서울·경기 지방의 소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 소리를 격상시켜달라”고 부탁해 허락을 얻어냈다고 귀띔했다. 또한 이 자리에는 그가 경기 12잡가의 자세한 해설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스승인 묵계월로부터 물려받은 묵계월 제도의 12잡가를 채보한 <경기 12잡가 사설집>(민속원)과 <경기 12잡가 음반>(신나라)도 선보인다. 그는 “예전의 김영임과는 다른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김영임이 끝까지 전통을 고수하고 있구나 하고 칭찬과 채찍질을 해달라”고 말했다. 지난 1971년 서울국악예고를 졸업한 김영임 명창은 1972년 청구고전성악학원에서 중요 무형문화재 제19호 고 이창배로부터 ‘회심가’를 배워 1973년 데뷔한 뒤 1973년 민속경연대회 장원, 1984년 제1회 KBS 국악대상 신인상, 1992년과 1995년 KBS 국악대상 대상, 1995~1997년 및 2004년 한국방송대상 국악인상과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대상 등을 수상하는 등 인기 국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02)2233-1755.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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