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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4 18:51 수정 : 2005.08.24 19:04

추억 되살리기 눈길 좀 주소-절판 음반 재발매 ‘산 넘어 산’

절판 음반 재발매 ‘산넘어 산’


한대수?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 이렇게 답한다면 1974년 첫 앨범 <멀고 먼 길>로 한국 모던 포크의 문을 연 한 청년만 기억하는 것이다. 그의 얼굴엔 그새 검버섯이 피었고 남긴 작품들의 무게는 묵직하다. 오는 9월15일께 그 모든 자취를 아우르는 ‘박스세트’가 서울음반에서 나온다. 시디가 13장, 디브이디 1장이다. 여기엔 정규앨범 9장, 라이브앨범 2장, 미국에서 ‘징기스칸’이란 록밴드로 활동하며 내놓은 6곡, 뮤직비디오, 다큐멘터리 등이 담긴다. 앞서 ‘산울림’ 1~12집이 시디 8장에, 김민기씨의 1집과 뮤지컬 작업들이 시디 6장에 묶여 나왔지만, 이 만큼 통 크고 꼼꼼하게 한 음악인의 작업을 되살리진 못했다.

신중현·산울림·김민기
한대수 ‘박스세트’ 까지
2∼3년전부터 재발매 ‘미풍’
그러나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맨땅에 헤딩일때 많아

판권자 겨우 찾아내면 마스터테이프 꼬이고
대중 관심 야박하니 미풍 끊기지나 않을까…

그간 한대수(57)씨, 록과 재즈를 넘나들며 완성도 높은 앨범들을 내왔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야박했다. 3집 <무한대> 등 명반 대열에 선 그의 옛 앨범들은 구하기조차 힘들었다. 재발매돼도 곧 절판됐다. 2002년 이후 앨범인 <고민> <상처> 등 3~4개 정도만 레코드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를 두고 ‘한대수씨 서운했겠네’로만 끝낼 수 없는 건 ‘거장’과 ‘과거’에 대한 홀대가 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홀대는 한국 대중음악의 세대간 단절과 허약한 기초체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2~3년 전부터 꾸준히 재발매 미풍이 불고 있다. 7080 포크송들이 다시 인기를 끄는 분위기 등이 한몫했다. ‘록의 대부’ 신중현씨의 전집은 아니더라도 그가 키운 김정미씨의 <나우> <바람>, ‘신중현과 엽전들’의 1·2집 등이 빛을 봤다. 서울음반, 포니캐년 등 덩치 큰 음반사들도 거들긴 했지만 이런 흐름을 주도한 건 달랑 한두명이 뛰는 ‘외인부대’ 음반사들이다. 비트볼, 리듬온, 뮤직리서치, 리버맨 덕에 ‘뚜아에무아’, ‘마그마’, ‘따로 또 같이’, ‘히식스’ ‘맷돌’ 등의 앨범들이 부활했다.

다행 중 큰 불행은 그 미풍이 오늘 그칠지 내일 그칠지 아슬아슬하다는 점이다. 음반 하나 다시 나오려면 이들은 때로는 기술 좋은 탐정이, 때로는 능숙한 협상가가 되어야 했다. 혼자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다리품 파는 건 기본, ‘맨땅에 헤딩’일 때도 많다.

일단 판권자 찾기가 녹록치 않다. 음반사들이 수없이 명멸한 것도 한 가지 이유다. 또 과거의 저작권 계약이 ‘쌍방이 신의를 지킨다’ 식의 구렁이 담 넘어가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다 빚이라도 지면 판권 일부를 떡 바꿔먹듯 팔아 넘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니 기록을 제대로 남겼을 리 만무하다. 리듬온 손병문 사장은 “묻고 묻다 보면 판권자 찾는 데만 한달 두달이 갈 때가 있다”며 “운이 좋으면 성공하는 거고 아니면 하는 수없다”고 말했다. 옛 계약이 음악인에게 불리하게 맺어져 원해도 재발매 못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창작자가 “옛 노래 다시 내면 뭐하나, 창피하다”며 반대하기도 한다.

판권자 찾고 돈 문제 협상해 허락까지 받았다 치자. 이젠 마스터테이프가 문제다. 습도 온도까지 딱 맞춰 보관하는 잘 나가는 외국 음반사 사례는 남 이야기다. ‘부활’ 1·2집, ‘다섯손가락’ 등을 재발매한 서울음반 김경진 팀장은 판권이 모두 서울음반에 있어 첫 번째 난관은 쉽게 돌파했으나 부활 작업할 때 찌그러진 테이프와 만나야 했다. 그래도 아예 쓸 수 없게 된 건 아니어서 한숨 돌렸다. 김 팀장은 “10~15년 전 것만 하더라도 제대로 보관돼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도 없으면 잘 보전된 엘피를 찾고 음질을 개선해 시디로 복각 해야 한다. “동그라미 그리려다~”가 담긴 윤현선씨의 앨범을 복각한 손병문 사장은 “수소문 끝에 엘피를 미국 교포에게 어렵게 빌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대수씨 박스세트는 이에 비하면 운이 따른 사례다. 7집부터는 시디로 제작됐고 나머지도 한번씩 시디로 재발매돼 굳이 마스터테이프 찾아 헤맬 필요가 없었다. 4년 전부터 한씨 자신이 이리저리 뛰며 추진했고 지난해 서울음반이 합세했다. “저한테는 삶을 정리해 담는 관같은 ‘코핀세트(관세트)’죠. 4년 동안 제 삶의 목표였어요.”(한대수)

그런데 왜 그리 더뎠나. 한씨가 직접 나서 흩어진 판권자를 찾아 구슬렸는데도 만만치 않았다. “한번에 안되면 두번 세번 열번이라도 돌진했어요.(하하) ‘언젠가는 모두 죽는다, 음악은 남겨야 하지 않냐, 예술적 가치도 없이 흩어져 버리게 해서야 되겠느냐’라고 했더니 결국 응하던데요.” 비결은 “끝없는 설득과 ‘약간의’ 화폐”다.

이 고비들을 다 뛰어넘는다 해도 마지막 발목을 잡는 건 벌이가 잘 안된다는 점이다. 한대수세트는 11만원대(출고가 7만원)로 500장 정도만 찍을 예정이다. 본전 찾으면 다행이라는 게 서울음반 쪽 생각이다. 재발매 작업하는 ‘외인부대’들도 앨범 당 200장에서 1천장 정도만 내놓는다. 손병문 사장은 “다음 앨범 작업할 정도만 벌면 만족”이라고 말했다. 음악에 빠져 이 일을 계속하지만 이들도 자선사업가는 아니다. 그나마 대중의 관심을 끌 만큼 이름값 하는 음악인의 작품도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대중음악평론가 신현준씨는 “일본만 해도 50년대, 60년대 앨범들이 잘 나가지만 그렇다고 옛 것에 관심 없는 한국 소비자들만 탓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시장에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공공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옛 필름 모으듯, 도서관에서 책 모으듯 대중음악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김경진 팀장은 “기록하고 보존하지 않으면 결국 기본기를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서울음반·비트볼·리버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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