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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4 21:49 수정 : 2005.08.24 21:51

한락연 특별전에 출품된 풍속화 <라부렁 사원에서의 가무>. 그는 중국 변방 소수민족들의 삶과 풍속을 인상파적 터치로 묘사한 선구적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한락연 국내 두번째 유작전

중국의 서쪽 끝 신장의 소도시 쿠차는 고대 실크로드 불교벽화가 있는 키질 석굴로 유명하지만 우리 민족사와도 인연이 각별하다. 역사적으로 3명의 한국인들이 여기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8세기 고구려인 고선지 장군이 이곳을 기지 삼아 서역 정벌을 지휘했으며 비슷한 시기 신라승 혜초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돌아올 때 머물렀던 <왕오천축국전>의 한 무대가 쿠차였다. 그렇다면 나머지 한 사람은 누구일까? 40년대 중국 서역벽화 모사·복원 작업의 선각자였던 연변 출신의 조선족 화가 한락연(1898~1947)이 그다. 국내 화단에는 생소한 이름이나 그는 20년대부터 중국 혁명운동에 참여하면서 신장 소수민족의 생활·풍속상을 화폭에 담았으며, 47년 비행기 사고로 숨질 때까지 키질·돈황 벽화의 발굴·모사·보존 작업에 정열을 바친 애국자로 중국 미술사에 기억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베이징 중국미술관과 공동기획해 30일부터 10월30일까지 덕수궁 미술관에서 여는 ‘광복 60주년 기념 한락연 특별전’은 중국 변방에 예술혼을 꽃피운 동포 화가의 위대한 발자취를 새삼 느껴보는 자리다.

소수민족 풍속·풍경 실크로드 벽화 모사등
120여점 전시 미공개 드로잉도 소개
3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서

<파리 개선문 앞의 자화상>. 개선문 조각을 배경으로 중절모쓴 작가 자신의 모습을 그린 이색적 분위기가 감돈다.
전시장은 초상, 풍속, 풍경, 고고 벽화 등 4개 영역으로 나뉘어 20년대부터 작업한 고인의 유화, 수채화, 드로잉 등 120여 점과 연대기 관련 자료들을 전시한다. 93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한락연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특별전이 열린 이래 두번째인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첫 전시 작품들과 상당부분 겹쳐진다. 하지만, 미공개 드로잉과 30년대 파리 유학 시절 그린 자화상, 관련 사진자료 등도 다수 전시되고 대형 도록도 출간될 예정이어서 국내에서 그의 화력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 전시를 앞두고 국가보훈처는 최근 한락연을 독립운동가 대통령 표창 대상자로 지정하기도 했다.

지린성 룽징 출신인 한락연의 일생은 역마살 깃든 참여작가의 삶이었다. 그의 화력은 항일투쟁을 바탕으로 고대벽화와, 소수민족에 대한 열정어린 관심으로 집약된다. 1919년 3·1항쟁 직후 룽징의 ‘3·13 항일시위’에 태극기를 그려 나눠주는 등 적극 참여했던 그는 이후 러시아, 상하이로 이어진 도피 과정에서 공산당에 입당한다. 24년 상해미술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항일 예술 작업은 물론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 양당의 협력사업, 공산당 지하공작 등에 가담한다. 29~37년까지 프랑스 유학을 떠나 루브르 미술학교에서 수학하면서 인상주의 화풍에 영향을 받았고 중국 귀환 뒤에는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노동자, 서민, 소수민족들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해내려는 리얼리즘 작업을 주로 하게 된다. 2차 대전 종전을 앞둔 43년부터 중국 신장 지역의 쿠차를 중심으로 한 실크로드 문화유적 답사와 발굴에도 참여해 많은 모사작품을 남겼다. 특히 쿠차 키질 석굴 등을 집중 모사하고 일련 번호를 붙인 것은 선구적인 시도로 후일 복원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됐다. 지금도 키질 석굴 10굴에 가면 그의 초상화와 함께 20세기 초 외국 고고탐사대의 벽화 유물 탈취를 개탄한 그의 명문이 남아있다.

출품작들 가운데는 소수민족들의 풍속 및 노동 생활을 묘사한 풍속화와 초상화 작품들이 눈에 띈다. 광선과 음영을 적절히 사용하는 신인상파적인 기법을 바탕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위구르, 카자흐 소수민족의 소박한 삶을 담은 것들이다. 파리 개선문의 부조를 배경으로 양복을 입은 그의 자화상은 다른 작업과 달리 약간의 초현실적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푸른 원색조 화면에 활달한 몸짓과 운동감이 살아있는 보살상 등의 키질 석굴 모사 그림도 핵심적인 감상 대상이다. (02)2022-064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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