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ㆍ일본에 이어 중국에서도 선보인다"
"음악에 국경이 없다는 걸 오늘 깨달았다. 70명이 넘는 스태프를 이끌고 왔고 (관객을 위해)타협하지 않는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신승훈의 일본 음반 유통사인 도시바 EMI의 마사키 사이토 회장은 4일 오후 6시 도쿄 국제포럼A홀에서 열린 '더 신승훈쇼 인 재팬' 공연 직후 축하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타협하지 않았다는 것은 공연에 완벽을 기한 신승훈에 대한 칭찬. 신승훈이 퍼포먼스보다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인 만큼 최상의 음향을 위해 무대 양쪽에 새로운 스피커를 놓길 고집했기 때문. 이 비용만 4천만원이 더 투입됐다. 여느 가수와 달리 손해를 보더라도 최상의 제품을 내놓겠다는 신승훈의 프로 근성에 일본이 놀랐던 것. 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날 공연은 스스로도 "15년간 한국에서 펼쳐온 신승훈 공연의 '결정판'"이라 할 정도로 5천명 일본 관객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신승훈은 뮤지컬 속 주인공 이날 신승훈은 직접 아이디어를 내 뮤지컬처럼 무대를 이끌어갔다. 이를 위해 연주 밴드와 브라스 세션ㆍ코러스만 13명, 댄서 13명, 뮤지컬 배우 1명, 통역까지 총 28명이 무대에 올라 큰 스케일이 도드라졌다. . 이색적인 장면은 공연 전 찰리 채플린 복장의 뮤지컬 배우가 등장한 점. 지팡이를 들고 노래를 부르던 그가 '신승훈 쇼가 시작된다'고 크게 외치자 무대의 장막이 열리며 신승훈이 'Over the Rainbow'를 부르며 등장했다. 이날 신승훈은 마치 뮤지컬 속 주인공 같았다. 늘씬한 미녀 백댄서들과 함께 일렬ㆍ삼각 대열로 댄스에 동참했고, 'Love Song'을 부를 땐 여성 댄서들과 탭댄스를 추다가 이들로부터 받은 장미꽃을 객석으로 던지기도 했다. 카페ㆍ 바 분위기의 세트에서 뮤지컬 주인공의 솔로 무대처럼 노래도 했다.'보이지 않는 사랑', '그 후로 오랫동안', '그런 날이 오겠죠' 등 '애이불비' 사상이 깔린 신승훈표 발라드 메들리 곳곳에 '로미오와 줄리엣', '엄마야' 등 빠른 템포의 곡을 삽입해 분위기를 띄웠다. 이들 곡에 맞춰 율동을 따라하는 관객의 호응이 대단해 신승훈이 놀랐을 정도. 통역 장진은씨와의 대화도 유머러스하게 이어가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일본 팬만을 위한 신승훈의 노력도 돋보였다. 2부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나온 신승훈이 서던 올스타즈 리더인 구와타 게이스케의 '엘리 마이 러브'와 히라이켄의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모창을 선보이자 다음 노래를 시작하기 힘들 정도로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30곡을 선사한 신승훈은 빛이 새는 문을 열고 무대에서 사라지며 주인공의 퇴장을 알렸다. ▲노래에 울고 웃은 5천 관객 "오길 잘했지?"(48세 여성 요시모토 나츠코) "너무 신나고 재미있게 봤어요."(17세 고등학생 요시모토 다카오) "엄마가 신승훈 씨를 좋아하는게 이상한 일이 아니지?"(요시모토 나츠코) 3시간의 공연이 끝난 후 국제포럼을 내려가는 계단에서 나눈 모자의 대화다. 한국 가수에 빠진 엄마를 이해할 수 없는 아들은 엄마 손에 이끌려왔지만 흡족한 표정. 50대 여성인 스즈키 노부코는 "가수의 콘서트가 아니었다. 한편의 극장식 쇼였다. 신승훈 씨는 유머있고 무대 매너가 좋다. 관객들을 본인과 놀도록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젊은 사람이 된 기분으로 봤다"고 했다. 한동안 공연장을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 40대 야자와 유우코는 "일본에는 없는 스타일의 공연이었다. 뭘 봤는지 모를 정도로 심취해서 봤다. 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자꾸 눈물이 나서 신승훈 씨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날 공연에는 한국 팬 200명이 전세기를 타고 왔다. 8월30-31일 오사카에서 두차례 공연을 통해 모은 관객 5천400명까지 합하면 세차례 공연에 1만명 이상을 끌어모은 셈이다. ▲중국으로 뻗어가는 '더 신승훈 쇼' 신승훈은 공연이 끝난 후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서도 '더 신승훈쇼'를 열 계획이다. 'I Believe' 등 이미 중국에서 신승훈의 노래는 유명한데 나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하더라. 현재 중국 4개 음반사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9월 중 중국으로 건너가 이들과 미팅을 가질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내년 9월 10집은 한ㆍ중ㆍ일 동시 발매를 추진중이다. 그는 "일본에 동시 발매를 계획하는 것은 내가 한국에서 발표한 과거 히트곡만 선보이는 게 아니라 신곡도 발표하는 노력형 가수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내년 일본 전국 투어를 위해 장소를 물색중이다"고 설명했다. 신승훈은 공연을 마친 후 7년 전 선배 조용필의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듯했다. "승훈아 아시아로 나가야지"라는 조용필의 조언이 수년이 흐른 지금, 한단계 한단계씩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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