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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 3살 꼬마 성큼성큼 다가가 맨앞에 앉더니 20분 삼매경에 빠지다-‘콰르텟엑스’ 평톤역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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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르포 - 3살 꼬마 성큼성큼 다가가 맨앞에 앉더니 20분 삼매경에 빠지다
지난 3일 오후 5시 지하철 4호선 평촌역 지하 1층 광장. 어디선가 지하철의 요란한 굉음소리와 사람들의 소음을 뚫고 잔잔한 클래식 선율이 들려왔다. 그러자 분주하던 사람들의 발길이 뚝 멈춰지면서 호기심 어린 시선들이 어느 한곳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마치 사진처럼 검은 연미복을 차려입은 연주자 4명이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 ‘죽음과 소녀’>를 연주하고 있었다. 콰르텟 엑스(QUARTET X). 정통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넘나들며 실험적인 현악사중주 연주를 개척해온 클래식 음악계의 이단자들이다. 이 파격적인 무대는 2년째 지하철역에서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의 연주회를 진행해오던 이들이 최근 데뷔앨범 <샤콘느>에 이어 두번째 음반을 준비하면서 지하철역에서 생생한 현장연주를 라이브앨범으로 꾸미기 위해 마련했다. 이렇게 편안한줄 몰랐어요 시끄러운 지하철역 공간과는 전혀 어울릴 것같지 않던 <죽음과 소녀>의 전 4악장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클래식은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정말 좋아요. 친구와 다퉈서 화가 났었는데 클래식 음악을 들으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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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 3살 꼬마 성큼성큼 다가가 맨앞에 앉더니 20분 삼매경에 빠지다-‘콰르텟엑스’ 평톤역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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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 3살 꼬마 성큼성큼 다가가 맨앞에 앉더니 20분 삼매경에 빠지다-‘콰르텟엑스’ 평톤역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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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가 끝나자 콰르텟 엑스의 데뷔앨범 <사콘느> 시디 3장을 뽑아든 백남일(50·상업·안양시 평촌동 초원마을 대원아파트)씨는 “연주회 취지가 좋고 연주실력도 뛰어나 친구들에게 꼭 선물하겠다”며 이 신세대 연주단체에 힘을 실어보냈다. 현재 조윤범씨와 오새란씨, 제2바이올린 김경연(25)씨, 비올라 김치국(28)씨가 참여하고 있는 콰르텟엑스는 2000년 4월 결성된 뒤로 도전적인 레퍼토리, 강렬한 사운드와 무대매너 등이 특징인 신세대 연주단체. 특히 2002년 9월 ‘거친 바람 성난 파도’, 2003년 11월 리틀앤젤스센터에서의 앙코르공연, 엘가마스터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연주회 ‘익스트림 체임버나이트’ 등 파격적인 실내악 연주회를 선보이며 젊은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6월12일에는 광화문 사거리 촛불광장에서 열린 ‘여중생 장갑차 사고 2주기 추모연주회’에서는 효순과 미선의 넋을 위로하는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연주로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또 클래식을 연주홀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지하철 7호선 논현역에서 ‘스테이션’이라는 지하철콘서트를 2년째 벌이고 있다. 조윤범씨는 “모차르트 탄생 250돌을 맞는 내년에는 1월부터 12월까지 서울의 지하철 1~8호선과 부산, 대구, 광주, 인천의 지하철역 내에서 모차르트의 <현악사중주> 전곡 26곡을 연주하는 ‘지하철을 탄 모차르트’ 연주회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클래식 음악은 소수를 위한 고급예술에 머무르게 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최상열(50·글로썬 레코딩 스튜디오 대표)씨가 녹음한 평촌역 지하철 연주회는 10월 초에 콰르텟 엑스의 두번째 정규음반으로 출반될 예정이며, 홈페이지(www.quartet-x.com)에도 공개할 계획이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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