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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3 18:05 수정 : 2005.09.13 21:36

“원작의 고대 바빌론 배경 유대인 수용소로 무대 옮겨”

독특한 방식에 유럽서도 주목
“진정한 평화·자유 말하고 싶어”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인 “내 마음아 황금빛 날개 달고”로 너무나 잘 알려진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가 오는 10월 예술의 전당에 올라간다. <나부코>는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히브리인(유대인)들을 바빌론으로 강제 이주시킨 구약성서의 느부갓네살(이탈리아어로 나부코) 왕과 히브리 남자를 사랑한 나부코의 두 딸 사이에 펼쳐지는 갈등과 다툼, 억압받던 히브리 민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음달 5일부터 9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단장 정은숙)이 첫선을 보이는 <나부코>는 작품의 배경을 기원전 600년 바빌론에서 2차대전 당시 나치가 유대인을 강제로 격리한 거주지역 ‘게토’로 옮기는 파격적인 실험이 화제를 모으는 작품이다.

“고대 바빌론 배경을 2차 세계대전의 게토로 옮겨온 것은 억압받는 모든 민족을 나타내려고 했다. 민족의 억압과 핍박은 현대에 들어서도 유고 내전이나 크메르 내전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또한 과거 일제의 억압에 시달리지 않았는가. 따라서 ‘억압’은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미래에도 전세계 공통적인 주제이며 현실이다.”

기존 공연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독특한 <나부코>를 한국에서 초연하는 프랑스 출신의 연출가이자 무대디자이너 다니엘 브누앵은 13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방식의 <나부코>를 통해 억압과 화해, 진정한 평화와 자유를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게토를 주요 무대로 삼은 까닭은 “유대인들이 가장 많이 희생된 곳이며, 독일에 저항한 유대인의 상징적인 장소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게토에서 유대인들이 저항의 수단으로 연극과 오페라 등을 공연했다”며 “예술가야말로 야만성에 저항하는 상징이 될 수 있고 그런 예술가상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번 공연은 ‘게토’의 유대인 거주자들이 독일군의 감시 아래 마당에 무대를 세워 <나부코>를 공연하는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진다. 그는 “극중극 형식은 관객에게 좀더 깊은 감정과 진실성, 사실성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 니스극장 예술감독 겸 극장장으로 있는 그는 주로 연극, 영화계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그동안 셰익스피어와 몰리에르 작품 위주의 연극 120여편과 영화 3편을 연출했다. 오페라는 6편에 불과하고 <나부코>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번 공연에서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은 세계적인 거장 다니엘 오렌의 추천으로 합류하게 됐다. 그는 “과거에는 오페라가 낡은 예술양식이라고 여겨졌는데 지금은 새로운 접근이 가능한 훌륭한 예술장르라고 생각한다”며 “첫 경험이 다음으로 이어져 나갈 것”이라고 의욕을 나타냈다. 그는 지휘자 다니엘 오렌과의 첫 작업을 두고서도 “그도 나도 오랫동안 서로의 공연을 지켜봐 왔다. 유대인인 그와 이번 <나부코>를 하게 되어 더욱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는 모스크바 볼쇼이극장, 체르미츠 등의 주역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러시아 바리톤 보리스 스타첸코와, 1999년 프랑스 디종에서 <나부코>로 데뷔한 뒤 유럽 주요극장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해온 기대주 바리톤 김승철이 독선의 정복자 나부코 역을 맡는다. 또 200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투란도트>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한 드라마틱 소프라노 아드리안 더거가 나부코에 반하는 노예의 딸 아비가일레 역으로, 독일 함부르크 오페라단의 주역가수인 베이스 양희준이 대제사장 자카리아 역으로 출연한다. (02)586-5282.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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