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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4 16:59 수정 : 2005.09.15 14:03

무대위아래사람들

지난달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돈키호테>는 브로드웨이 작품을 번안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내에 올려진 뮤지컬 작품 가운데 손꼽히는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잘 짜여진 대본과 귀에 익은 라틴풍의 음악, 자연스런 연출력, 튼튼한 배역진 등이 작품의 완성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극에 등장하는 사실적인 무대세트와 조명의 힘도 무시할 수 없었다.

공연이 좋아 14년째 땀방울
“인내심·감각 아울러 익혀야”

이 작품에서는 스페인의 지하감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거대한 무대세트가 처음부터 관객의 눈을 사로잡으면서 종교재판의 위기에 몰린 돈키호테의 위급한 처지를 잘 나타내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대장치가 이정조(42·서울무대장치 대표)씨. 뮤지컬 <돈키호테>의 무대장치-그는 무대세트가 아니라 무대장치라고 고집했다-를 만든 이다. 그는 콘서트와 오페라, 뮤지컬, 연극 등 공연의 무대배경을 장식하는 무대세트와 각종 장치를 제작하는 일을 14년째 해오고 있다.

“무대장치는 그 장면에 맞는 그림도 중요하지만 기능성이 떨어져서는 곤란합니다. 따라서 무대장치를 제작할 때 작품의 분위기와 배경, 공연장소의 상황 등을 꼼꼼히 살피면서 무대전환이나 배우의 움직임이 효과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기능성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그동안 그의 손을 거쳐간 작품으로는 뮤지컬 <돈키호테>와 <어세션> <리틀 샵 오브 호러스>와 연극 <흉가에 볕들어라> <토킨 위드> 등이 있다. 지난해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1년간 공연되었던 피엠시(PMC)의 <난타> 무대장치뿐만 아니라 현재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프리뷰로 공연되고 있는 소극장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의 무대도 그의 솜씨다.

그는 오는 23~24일 서울 마포문화센터에서 공연될 이기도 연출의 연극 <흉가에 볕들어라>와 현재 공연되고 있는 비언어 퍼포먼스 <도깨비 스톰>의 업그레이드 작업에 쓰일 무대장치를 만들고 있다. 특히 <흉가에 볕들어라>는 오는 10월19~2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샤우스필극장에서도 공연될 예정이어서 지난달 말 무대세트 1벌을 만들어 독일로 실어보냈다.

그가 무대장치가라는 낯선 길을 걷게 된 것은 대학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하다 무대장치를 맡았던 선배를 도와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처음 작업을 하다보니 서툴고 몹시 힘들었지만 막이 올라간 뒤에 맞본 그 성취감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배우와 연출도 해보았지만 이 일이 내 적성에 꼭 맞는 것같았죠.”


그때부터 무대장치일을 하던 선배를 따라다니며 현장에서 일을 익혔다. 91년부터는 아예 직업으로 삼아버렸다. 현재 그의 손을 거쳐간 작품은 1년에 10개씩 어림잡아도 150개가 넘는다. “지금은 공연이 많이 활성화되고 작품도 고급화되어 전망있는 직업같지만 그 당시에는 어림없었죠. 환경이 열악하고 힘들 뿐더러 경제적으로 비전도 보이지 않아 대부분 못 버티고 중도에 포기하곤 했어요. 저야 원래 이 일이 좋았지만….”

그는 제작과정에서 무대 디자이너와 자주 부닥친다. 디자이너는 그림을 강조하지만 그는 그림과 더불어 기능성과 안전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돈키호테>의 경우 바위 모양 등을 놓고 디자이너와 많이 다투었다. 그와 작업을 해본 피엠시(PMC)의 김종헌 상무는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았는데 성실할 뿐만 아니라 가끔 무대 디자이너가 깜짝 놀랄 정도로 예술가적인 안목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는 무대장치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힘들고 고달픈 직업이라는 것을 충분히 감수하고 끝까지 버티는 인내심을 기를 것”을 당부했다. 또한 “공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감각을 익힐 것”도 빼놓지 않았다.

파주/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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