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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5 10:19 수정 : 2005.09.15 10:19

"팔자지요 뭐. 전 원래 음악을 하려고 태어난 것 같아요."

주찬권(50)은 정말 록(Rock) 음악을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한창 동요를 부를 나이인 5살 무렵 10살 터울의 형에게서 처음 기타를 배웠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기타를 잡고 코드를 짚기 시작했다.

처음 드럼 스틱을 손에 쥔 것은 '쿵짝짝 쿵짝짝' 정도의 박자가 친숙할 나이인 초등학교 4학년 때. 형이 밴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드럼 칠 사람이 없다고 해서 시작한 드럼 연주가 그의 50년 인생이 됐다.

이후 1973년 미8군에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해 1978년 '믿음 소망 사랑', 1983년 '신중현과 세나그네', 1985년 '들국화'를 거쳤다. 그가 세션으로 참여했던 1집이 어느새 발매 20주년을 맞은 2005년 7월, 주찬권은 솔로 5집 '로우(Low)'를 내놓았다.

그가 벌써 5장의 솔로 앨범을 내놓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88년 1집부터 2000년 4집까지 4장의 앨범은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 그렇지만 주찬권을 드러머가 아닌 끊임없이 달리는 록 뮤지션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그의 솔로 앨범에서 찾을 수 있다.

"드러머의 길보다 밴드의 길을 걷고 싶었어요. 빌리 코햄(Billy Cobham) 같은 명 드러머와 '비틀스', '레드 제플린' 같은 밴드를 놓고 생각했을 때 저는 후자를 선택한 거죠."

5집 앨범 속지 마지막장에는 '드럼/기타/베이스/키보드 주찬권'이라고 적혀있다. 2천만원이라는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야 했기에 '원맨 밴드'를 선택한 것. 각 파트별 연주자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힘에 부쳤다.

"원맨 밴드의 장점도 많아요. 혼자 작업하면 제가 생각해 낸 멜로디 라인과 곡의 구성,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지요. 시간이 절약되는 면도 있구요."


타이틀곡 'Rock이 필요해'는 딱 제목 그대로다. 둔탁한 사운드와 군더더기 없이 단단한 곡은 손에 한가득 쥐어지는 알찬 돌멩이를 만지는 느낌이다. 가사도 그렇다.

'뭐가 그리 겁나 갈 때까지 가 떳떳한 모습으로 부끄럽지 않게 이럴 때 필요한 건 Rock Rock Rock이 필요해 언제나 그 자리에 너는 너'('Rock이 필요해' 중)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록 음악을 들으면 힘이 나거든요. '힘을 내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팔팔 끓는 20대의 태도를 잃지 않고 있는 50대의 주찬권은 단 한번도 다른 길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 머리 속에도 마음 속에도 언제나 음악 뿐이다.

"록을 더 많이 넣고 싶었어요. 점점 나이를 먹으니까 앞으로는 더 하기 힘들어질 것 같은 생각도 들었거든요. 제 나이에 같이 음악하는 동지들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안타까워요. 정말 음악하는 사람들은 돈 이런거 안바래요. 그런데 최소한의 음악활동 조차도 하기 힘든 현실이라는 게 문제죠."

지난 7월에는 경기도 성남시 예일병원 사거리 근처에 클럽 '록 라이브(Rock Live)'를 열었다. 싸게 나온 호프집을 연습실 겸 클럽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간판도 작고 아직 찾는 발길은 많지 않지만 음악하기엔 딱 좋다. 이 곳에 가면 언제든 맥주 한 잔과 서비스 안주, 또 음악하는 그를 만날 수 있다.

주찬권은 다음달 2일 오후 6시 서울 홍대앞 롤링홀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단독공연을 갖는다. 공연에서는 이번 5집 앨범과 4집 앨범 수록곡, '오후만 있던 일요일', '세계로 가는 기차' 등 '들국화'의 곡도 들려줄 예정이다. '들국화'의 최성원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전인권은 건강이 좋지 않아 참석이 불투명하다.

흑백사진 속 20대의 '비틀스'보다 환갑이 지나도 여전히 무대에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롤링스톤스'가 더 아름답다.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 들려줄 음악이 더 많을지도 모르는 로커 주찬권은 그래서 지금이 더 멋지다.

4만원. ☎1544-1555, 1588-7890

안인용 기자 djiz@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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