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1 16:58
수정 : 2005.09.21 16:58
눈대목 - 연극 ‘에쿠우스’
연극 <에쿠우스>가 지난 9일부터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다시 올랐다. 이 작품은 쇠꼬챙이로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찌른 17살 소년 알런의 행위를 시골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가 추적하는 심리극이다.
다이사트는 알런의 정신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의 분노와 두려움에 찬 반응을 지켜보면서 점점 직업적인 회의를 느끼고 불안해한다. 그는 “아이들에게 가장 훌륭한 일을 해왔다”는 여판사 헤스터의 말대로 과연 자신의 치료행위가 정당한가 고뇌한다.
그의 불안은 1막 5장에서 악몽으로 예시된다. 그는 꿈에서 고대 그리스의 대제사장이 되어 황금빛 가면을 쓰고 신탁을 위해 희생물을 공양하는 의식을 집행한다. 두 부제사장이 소년 소녀들을 한명씩 끌어내 뒷덜미를 잡아 돌에다 태질을 하면 그가 아이들의 배를 갈라 내장을 끄집어내어 그 모양을 읽어내는 일이다.
그는 헤스터에게 “돌 위에 내던져진 희생자가 몽땅 그 애 얼굴”이라면서 “꼭 고발당한 기분이다. 그 애를 치료하다 보면 오히려 내가 불안해진다”고 털어놓는다.
지난해 동숭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스펙터클하고 비주얼한 무대를 보여주었던 김광보 연출가가 올해는 이 작품을 소극장 무대로 옮겼다. 그 때문인지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변화를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면서 기분좋은 긴장감이 더 느껴진다. (02)766-2124.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