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러 교향곡2번 ‘부활’ 삶의 해답 들려줍니다 길버트 캐플런
|
말러 교향곡2번 ‘부활’ 삶의 해답 들려줍니다
‘괴짜 지휘자’ 길버트 카플란(63)이 다음달 첫 내한공연을 연다.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그는 억만장자로 소문난 경영인이기도 하다. 전세계 150개국에서 14만부 이상 팔리는 금융전문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기관 투자가)>의 창간·발행인이다. 40년 전인 지난 1965년 23살의 경영대학원생 시절 뉴욕 카네기홀에서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의 지휘로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듣고 감동을 받아 직접 ‘부활’을 지휘해보려고 결심한 것이 오늘의 ‘말러 2번 스페셜리스트’의 계기가 되었다. 말러에 미쳐 지휘자 ‘독학’
세계순회 진기록·음반상 경영인으로 성공한 나이 39살에 지휘 공부를 시작했고 1년 뒤인 1982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지휘자로 데뷔했다. 지금까지 오직 말러 <교향곡 2번 ‘부활’>만으로 세계 31개 오케스트라와 50회가 넘는 공연을 여는 기록을 세웠다. 1987년 런던 심포니와 낸 첫 음반은 <뉴욕타임스> ‘올해의 음반’에 뽑히며 지금까지 나온 ‘부활’ 음반 중 가장 많이 팔렸다. 2003년 말러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두번째 음반은 그가 기존의 악보들에서 발견한 400곳이 넘는 오류를 바로잡아 더욱 화제를 모았다. 오는 10월15일 오후 6시 성남아트센터 개관연주회에서 케이비에스(KBS) 교향악단과 연주할 말러의 <교향곡 2번>이 바로 이 악보의 한국 초연이다. 한국 공연을 앞둔 그를 최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한국에서 말러 <교향곡 2번>을 연주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 말러는 이 위대한 작품을 작곡하면서, 세상이 어떻게 끝나고 또 어떻게 새롭게 태어나는가를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영감이 충만한 음악은 성남아트센터의 탄생을 축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릴 것이다.” 그는 “한국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는데 언제나 어떤 종류의 정신성과 강한 전류가 흐르는 듯한 분위기를 느꼈으며, 이번에도 그것을 경험하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말러의 모든 작품들을 좋아하지만 <교향곡 2번>은 언제나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는 “말러는 이 작품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말했다. ‘왜 당신은 사는가?’ ‘왜 당신은 투쟁하는가?’ ‘삶이란 그저 소름끼치는 장난에 불과한 것인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1965년 스토코프스키 지휘의 <교향곡 2번>을 처음 들었을 때 수천볼트의 번개가 내 몸을 관통하는 듯했다”면서 “<교향곡 ‘부활’>의 궁극적 메시지는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첫번째는 ‘종교적인 차원에서의 부활’로써 그는 “이 작품이 말러가 사후의 영생을 믿고 있었다는 좋은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자기 갱생’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곧 삶으로 다시 돌아가, 새롭게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카플란의 해석이다. 어릴 적 3년 정도 피아노 교육을 받은 것이 전부였던 그는 말러 <교향곡 2번>을 지휘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매일 개인교사와 다섯 시간씩 공부했으며 따로 두 시간씩 독학을 했다고 지난 날을 돌이켰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말러가 단순한 지휘자가 아니라 진정한 천재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1982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첫 번째 리허설에서 “무대 위로 걸어나갔을 때 풋볼 운동장만한 공간에 의심스런 눈초리가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공포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처음부터 지휘자가 되려는 의도는 없었다”면서 “다만 일생에 딱 한번 ‘부활’을 지휘할 수 있을 만큼만 배우고자 했을 뿐인데 이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지휘할 케이비에스 교향악단에 대해 그는 “뛰어난 오케스트라이며 최근 두 곡의 다른 말러의 교향곡을 연주했다고 들었다”면서 “이런 경험은 우리가 말러 <교향곡 2번>을 리허설 할 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카플란은 오직 말러 <교향곡 2번>만을 지휘하기 때문에 1년에 3~4회 공연을 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기며 다섯 번을 넘기지 않기로 유명하다. “언제나 신선한 무대를 원한다. 항상 다른 오케스트라, 다른 홀, 다른 합창단과 솔리스트들과의 공연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다음달 한국공연 뒤 내년에 런던, 카이로, 뮌헨,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031)729-5615~9. www.snart.or.kr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