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26 16:51
수정 : 2005.10.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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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비틀어 환상 깨기 몬테카를로 발레단 이끌고 한국 온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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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비틀어 환상 깨기
“흥분됩니다. 그리고 두렵습니다. 지난 2002년 국립발레단 무용수 40명과 함께 한국 관객들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였기 때문에, 이번에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고전에 대한 혁신적인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는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45)가 몬테카를로 발레단(모나코)을 이끌고 25일 한국에 왔다. 그는 입국 전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최고의 댄서들을 데리고 가는 만큼, 한국 관객들이 즐겁게 웃고 눈물도 흘렸으면 한다”면서 “공연을 본 관객들의 솔직한 느낌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27일부터 ‘신데렐라’ 공연
유리구두 대신 금가루 묻힌 맨발로 춤춰
“즐겁게 웃고 눈물 흘렸으면…”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최근 문을 연 성남아트센터 개관 기념으로 27~29일 사흘동안 마이요가 안무한 현대 발레 <신데렐라>를 공연한다. 지난 4월부터 이 발레단에서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상이(20·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2년 휴학중)씨도 함께 무대에 선다.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특기는 ‘원작 비틀기’다. 없는 인물을 창조하기도 하고, 극의 순서를 뒤집기도 한다. 참신하고 파격적인 그의 비틀기 실력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이미 공인된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과감한 삭제와 생략을 통한 그의 비틀기 실력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를 테면 신데렐라에게 무거운 유리구두 대신 금가루를 묻힌 맨발로 춤추게 하는 식이다. 맨발은 순수의 상징이자, 기존의 격식과 선입견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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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비틀어 환상 깨기 몬테카를로 발레단 이끌고 한국 온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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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요정이 된 신레렐라의 엄마는 신데렐라에게 무도회 드레스를 주며 “눈은 다만 보이는 것만 볼 뿐이니, 가면을 벗고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라고 충고한다. “고전 발레에서는 예쁜 것만 보여주려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죠. 나는 현실과 인간을 보여주고 싶어요. 때로는 절망스럽고 또 비극적이겠지만 말이죠.” 그는 또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처럼 ‘극중극’을 도입해 <신데렐라>를 감상적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신데렐라>가 부분적으로 일본의 전통극 가부키의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했다. “<신데렐라>를 기획하기 전에 일본에서 일하면서 가부키 공연을 봤어요. 예를 들어 손을 좌우로 움직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가부키에서 빌려온 겁니다. 한국의 전통 예술도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에 차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무대디자이너 어네스트 피뇽 어네스트와 의상디자이너 제롬 카플랭의 작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마이요는 “이력서나 작품만 보고 형식적으로 (스태프를) 뽑지 않고, 같은 비전을 가진 사람들만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마이요는 23살의 나이에 무용수에서 안무가로 ‘전향’했다. “7살 때부터 댄서였고, 아버지는 무대 디자이너였어요. 무대 향기에 젖어서 살아왔죠. 영화 감독이나 다른 업종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은 운명의 선택이었습니다. 나는 무대가 좋아요.”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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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카를로 발레단은 성공·쇠퇴 거듭…1985년 모나코 왕립발레단으로
지난 1909년 파리에서 ‘발레 뤼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뒤,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다 1932년 모나코 몬테카를로 오페라 발레단과 통합됐다. 성공과 쇠퇴를 거듭하다 1963년 문을 닫았으나, 발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영화배우 출신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가 1985년 왕립 발레단으로 재건했다. 1993년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예술감독 및 안무가로 임명되면서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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