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과 떠나는 정원영의 가을소풍-첫 앨범 낸 ‘정원영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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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앨범 낸 ‘정원영 밴드’
재즈 피아니스트 정원영(45)과 그의 제자 6명이 뭉친 ‘정원영 밴드’가 결성 3년 만에 5곡을 담은 이피(미니 앨범)를 냈다. “소풍 가듯 공연하는” 이 밴드의 도시락처럼 친근한 노래들이 빼곡하다. “칼같이 맞춘 것보다 자연스러운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장르는 굳이 따지지 않죠. 좋은 트로트도 있고 쓰레기 같은 재즈도 있죠. ‘이건 진심이 있구나, 저건 폼만 잡는 구나’ 알 수 있잖아요.”(정원영) 수 백년 간격으로 태양계에 오는 행성 이름에서 따온 첫곡 ‘와이케이(YK)259지퍼(Zipper)’부터 기타가 반복적으로 촐싹거리며 흥을 돋운다. 이 작은 앨범은 클래식 같은 장중함이 묻어나는 ‘쌩스#10’로 문을 닫는다. 특히 벗을 뜻하는 한자 ‘붕’을 겹쳐 쓴 ‘붕붕붕’은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정겨운 멜로디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몸이 아플 때 선·후배 친구들이 큰 힘이 돼 줬거든요. 삶의 동반자들에게 바치는 노래에요.” 정원영은 지난 9월 독일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재정적 압박과 청각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내게 해준 버팀목 중엔 밴드 멤버이자 서울예술대학,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제자들인 홍성지·최금비(이상 보컬), 박은찬(드럼), 한가람(베이스), 임헌일(기타), 박혜리(키보드)도 있다. 2003년 정원영의 제안으로 밴드에 합류한 이들은 김동률, 이적, 임재범 등 가수들의 세션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혜리는 에스닉 퓨전밴드 ‘두 번째 달’의 멤버이기도 하다.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친구들이에요. 제가 부탁을 한 거죠. 서로 잘 아니까. 또 음악을 하는 데 노련한 것도 중요하지만 마구 뭔가를 해보려는 에너지가 더 필요하거든요. 전국 돌아다니며 여유 있게 공연할 수도 있고요.”(정원영) 이들은 이제까지 함께 100여 차례 크고 작은 무대에 섰다.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어요. 개성이 뚜렷하지만 서로 성격은 잘 맞죠. 즐거워요.”(최금비) “세션으로 노래할 때는 일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는데 그것과는 많이 다르죠.”(홍성지) 그래도 혹시 스승과 제자 사이 위계질서는 없느냐고 물었더니 제자들이 먼저 웃었다. “무대에 서면 모두 수평이에요. ‘너는 건반, 나는 기타’ 이런 식인 거죠.” 20살 터울 지는 이들은 서로에게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 받았다. ‘정원영밴드’는 오는 11월18~19일 서울 대학로 질러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02)741-9700 글 김소민 기자, 사진 루바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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