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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6 17:58 수정 : 2005.10.27 15:48

휴머니즘 껴안은 ‘짙은’ 음악의 깊이-스티비 원더, 트레이시 채프만

휴머니즘 껴안은 ‘짙은’ 음악의 깊이


‘거장’으로 불릴만한 미국 흑인 음악인 두 명이 잇따라 새 앨범을 내놨다. 솔의 고갱이부터 쉽게 귀에 들어오는 팝까지 고루 들려줬던 스티비 원더(55)는 10년만에 앨범 <어 타임 투 러브>를 선보였다. 18년 전 데뷔 앨범부터 한결같이 담백한 포크 선율에 삶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아온 트레이시 채프만(41)도 3년만에 앨범 <웨어 유 리브>를 내고 자신의 색깔에 깊이를 보탰다.

재즈·솔 아우르고 담백한 포크에 담은
사회적 소수자 시선의 두 흑인가수 새앨범

성별도, 천착하는 장르도 다르지만 둘에겐 공통점이 있다. 걸출한 창작자로 자리매김했고, 사회적 소수자의 현실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농익은 휴머니즘까지 껴안고 있다는 점이다.

‘흑인 음악’ 너른 품에 담은 휴머니즘=<어 타임 투 러브>는 흥겨운 펑키 리듬, 복고적인 재즈와 눅진한 솔 등 ‘흑인 음악’의 매력을 아우른다. 스티비 원더가 만든 음반기획·제작사 ‘모타운’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프린스와 폴 메카트니가 기타를 맡고, 엔 보그가 코러스를 한 ‘소 왓 더 퍼스(fuss)’는 엇박자를 힘 있게 몰아붙인다.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잡고 있는 앨범으로 달콤한 발라드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은 사랑을 노래하는데 그 폭이 넓다. “당신의 아픔을 달래주겠어요”라고 속삭이는 ‘쉘터 인더 레인’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노래다. 네오솔 가수인 인디아 아리와 함께 만든 마지막 곡 ‘어 타임 투 러브’는 반복적인 선율에 퍼커션으로 긴장감을 더하며 앨범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인종 차별하며, 이데올로기에 따라 다투며 시간을 보냈다. 언제쯤 사랑할 시간은 올까.”

이런 보편적 인류애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소수자의 고통과 맞닥뜨리게 된다. 명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너비전>(1973년)에서 그는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보여줬다. “그의 아버지는 하루에 14시간씩 일했지만 1달러 벌기도 힘들었지”(리빙 포 더 시티)라고 노래했다. 1970년대 말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일을 국경일로 정하자는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던 그는 이어 흑인과 굶주리는 사람들을 도우려고 재단을 세웠다.

물론 스티비 원더를 사회적 메시지에 경도된 가수로 한정할 수는 없다.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 5살 때부터 여러 악기를 다뤘던 그는 60~70년대엔 아르앤비·솔의 진가를 보여줬고 1980년대 대중적인 팝과 영화 음악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그는 이번 앨범을 내고 음반사와의 인터뷰에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여러 가지 음악적 실험을 앞으로 더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담백한 포크에 담은 웅숭깊은 사색=<웨어 유 리브>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트레이시 채프만의 지문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다만 지난 <렛 잇 레인>보다 편성과 멜로디는 더 단순해졌고 메시지는 모호해졌다. 드럼과 기타를 기본으로 한 반주에 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오롯이 빛난다.

삶의 비참한 단면을 눈 똑바로 치켜뜨고 쳐다보되 그렇다고 주저앉아 낙담하지는 않는 그의 메세지가 곡마다 담겨 있다. “삶의 본질이 혼돈인 걸 알아 … 나는 어제보다 나아지지 않았지만 내일쯤이며 바로 설지도 모르지”(비 앤 비 낫 어프레이드)라고 나직이 읊조린다. 유일하게 빠른 리듬을 타는 ‘아메리카’에서는 “땅을 정복하고 사람을 죽이며 아메리카를 정복하던 콜럼버스의 영혼이 떠돈다”며 전쟁과 폭력에 대한 분노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트레이시 채프만의 행보는 크게 두 가지 시기로 구분되기도 한다.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적으로 아프리카에 대해 공부한 그는 커피숍 등에서 연주하며 각종 집회에도 참여했다. 1988년 <트레이시 채프만>이란 데뷔 앨범에는 22살 젊은 그의 날선 외침이 담겼다. 칼끝은 빈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등 사회의 여러 부조리를 향했다. 이런 경향은 두번째 앨범 <크로스로드>까지 가속 패달을 밟는다. 여기엔 장기 복역 중이던 넬슨 만델라에게 바치는 ‘프리덤 나우’ 등이 담겨있다.

대중적 실패를 경험한 뒤 내놓은 <뉴 비기닝>에는 ‘기브 미 원 리즌’ 등 블루스 느낌을 녹인 곡 뿐 아니라 우회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버무린 곡들을 실었다. 이런 기조는 자신의 색깔을 버리지 않으면서 악기 편성과 멜로디에 변화를 준 <렛 잇 레인>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표현이야 어찌 됐건 그가 소수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는 몇 안 되는 창작자인 건 분명하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유니버설뮤직·워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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