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30 17:46
수정 : 2005.10.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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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 ‘민족학교’ 함께 살렸으면” 양관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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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 ‘민족학교’ 함께 살렸으면”
‘재일동포 100년 역사 사진전’이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국제디자인플라자 전시관에서 열린다. 한국의 해외교포문제연구소와 더불어 일본의 대한민국민단(민단)과 조선인총연합회(이하 총련)가 이 자리를 함께 준비했다. 오랫동안 반목과 갈등을 거듭했던 두 단체가 중앙 조직 차원에서 공동으로 행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관수 고려대 객원교수가 역사적 행사의 산파 구실을 했다. 양 교수는 지난해 ‘광복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마련한 기념사업 국민 제안에 응모했다. 해외교포문제연구소의 도움을 끌어내고, 민단과 총련을 오가며 행사 협조를 약속받았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그의 제안이 1년여의 준비를 거쳐 이제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한국의 근현대사가 한반도 안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죠. 이번 사진전은 해외동포, 특히 재일동포와 긴밀한 연계 속에 전개된 그 역사를 돌아보는 자리가 될 겁니다.”
재일동포 100년의 역사는 한반도 분단의 또다른 모습이다. 재일동포 사회는 고국의 분단·전쟁과 함께 총련과 민단으로 나뉘었다. 서로 대립하며 보낸 지난 반세기의 아픔은 일본의 재일동포 차별정책 못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이번 사진전은 아픈 과거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미래에 대한 모색을 담고 있다. “일제 시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재일동포들이 겪은 고난과 저항과 투쟁의 족적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양 교수는 말했다.
일본에서 19년을 지낸 그의 경험은 이번 행사의 토양이 됐다. 유신독재에 항거한 ‘YWCA 위장 결혼식 사건’을 주도해 구속됐던 그는 1981년 석방과 동시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지난 98년 귀국할 때까지 양 교수 스스로가 ‘재일동포’였다. 그곳에서 민단과 총련의 분열을 목격했다. “명절날 한 집에 모이면 같은 형제끼리도 총련과 민단으로 갈라져 싸우더라고요.” 고국의 민주화운동을 측면 지원하는 일 외에 두 조직의 화합을 도모하는 일이 급했다. 그는 86년 민단계와 총련계 청년들이 함께 참여하는 ‘통일굿’ 행사를 주도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두 조직의 화해와 통합을 위한 사업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민단과 총련 관계자들을 두루 사귀었다. 당시에는 고단한 일이었지만, 그 덕에 이번 사진전 자문위원·집행위원에 민단계와 총련계 인사를 골고루 참여시킬 수 있었다.
양 교수는 “재일동포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통해 한국 정부가 민단과 총련의 통합에 결정적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금 폐교 위기에 놓인 총련계 민족학교를 우리 민족의 소중한 자산으로 보고, 한국 정부가 이를 지원하면 어떻겠습니까. 당장 재일동포 사회의 화해 분위기가 크게 무르익을 겁니다.”
애초 계획과 달리 평양·도쿄 순회 전시는 난관에 부딪혔다.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얻어 몇몇 지방 도시 순회 전시를 성사시키기 위해 여전히 바쁘다.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전화번호는 (02)766-7168.
글 안수찬, 사진 김종수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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