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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9 17:16 수정 : 2005.11.13 23:34

3집 낸 ‘에픽하이’


미쓰라 진(22), 디제이 투컷츠(24), 타블로(25)가 뭉친 ‘에픽하이’는 경계선을 희롱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입담으로도 귀를 솔깃하게 했다. 첫 번째 앨범 <맵 오브 더 휴먼 솔>부터 함량 묵직한 작업들을 들려줬고, 특히 타블로는 토크쇼, 시트콤도 누볐다. 음악 창작자이자 엔터테이너로서 만만찮은 실력을 보인 셈이다.

발매 3주 만에 8만장이 넘게 팔린 이들의 세번째 앨범 <스완 송스>는 힙합이되 힙합만은 아니다. 일렉트로니카나 아르앤비 등의 색깔이 언뜻언뜻 비친다. 목소리를 빌려주거나 작곡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폭만 해도 넓다. 디제이 그룹 ‘언노운디제이스’, 힙합 그룹 ‘아이에프’, 옛 ‘듀스’의 이현도, 록밴드 ‘넬’의 김종완, ‘러브홀릭’의 지선, ‘클래지콰이’의 알렉스, 신인 보컬 엘완….

‘음악가’ 이름에 스스로 가두지않는 자유분방함이 매력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은 아티스트 대 엔터테이너, 힙합의 정통 대 지류로 구분 짓는 것 자체에 코웃음을 친다. ‘에픽하이’는 “어떤 차별도 질색이고 자유분방함을 사랑한다”고 하니, 이들에게 구분 짓기는 우스운 일일 뿐더러 줄 세우기 작업의 첫 삽질로서 혐의가 짙을 테다. 정말로? ‘자유인’임에 자신만만한 이들에게 다분히 고의적인 딴죽을 걸었다.

이번 앨범은 너무 말랑말랑해진 것 아닌가? 두 번째 앨범 <하이 소사이어티>에서는 잰 체하는 ‘신사’들을 “턱시도에 똥 묻었다”고 비아냥거리지 않았나? “보수주의가 강요하는 상상의 낙태”(레슨2)라고 독설을 내뱉지 않았나? 직설적으로 말해야만 비판이라고 생각하는 건 고정관념이다. 타이틀 곡 ‘플라이’만 하더라도 일그러진 사회에 살지만 그래도 힘 내라는 이야기 아닌가? 또 사랑 노래면 다 말랑말랑한가? <위대한 개츠비>도 어떤 사람에겐 애절한 연애소설이지만 다른 사람에겐 사회 비판적인 것이다.

더불어 이 앨범을 아우르는 큰 이미지는 ‘타락한 천사’이며 앞선 앨범들보다 더 어둡다. ‘파리’라는 노래는 그 천사와 매매춘 여성의 사랑 이야기다. 더러운 현실 속에서도 아름다운 것, 날개가 부러져도 날려고 하는 몸짓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게 예술가가 할 일이다.

엔터테이너냐 창작자냐? 가수가 오락프로그램에 나와 농담이나 게임하는 걸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건 흑백 논리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20세기 최고의 음악창작자로 ‘비틀스’를 꼽을 것이다. ‘비틀스’도 요즘 말하면 오락프로그램인 ‘에드 설리번 쇼’에 나오지 않았나? 그들의 팬은 대부분 소녀들이 아니었나? 음악가라는 이름에 스스로를 가둘 필요가 있나? 그렇다고 엔터테이너로서 인지도가 음반 판매로 곧 연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보다 훨씬 재미있는 사람들의 음반이라고 더 잘 나가지는 않는다.


힙합 맞나? 장르라는 게 의미가 있나? 음악 자체가 좋으면 그만 아닌가? 규칙을 따라가면 그만큼 한계가 있다. ‘파리’는 옛 ‘듀스’의 이현도, ‘렛잇 레인’은 ‘넬’의 김종완과 같이 작곡했다. 좋은 음악을 만들려면 주객전도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랩을 하는 것보다 바이올린 연주를 곁들이는 게 더 어울리면 그렇게 가는 거다.

‘리쌍’, ‘다이나믹 듀오’, ‘원타임’ 등 힙합 그룹들의 인기가 요즘 거세다. 앨범이 나오자마자 핫트랙 등 주간 베스트 10에 포진했다. 힙합이 드디어 물 만났다고 생각하나? 스스로 스타라고 느끼나? 잘 나가는 한두 그룹은 빛을 봤다. 하지만 언더그라운드는 더 힘들어졌다. 우리도 그 시절을 겪어봐서 공감한다. ‘에픽하이’는 이름이 알려졌으니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스포트라이트를 나누는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힙합 음악가들과 같이 무대에 서도록 노력할 것이다.

스타? 어색하다. 방송국에서 녹화 기다릴 때 좋은 대기실에 있는 것보다 주차장에서 스케이트보드 타며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좋다. 어찌됐건 인기 있다고 우리에게만 특별히 잘 해주는 것도 차별이다. 인종, 성별, 빈부 등 모든 것들에 관련된 차별이 정말 싫고 이에 대해 노래해 왔다. 우리 부모님들이 모두 가난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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