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낸 ‘에픽하이’
미쓰라 진(22), 디제이 투컷츠(24), 타블로(25)가 뭉친 ‘에픽하이’는 경계선을 희롱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입담으로도 귀를 솔깃하게 했다. 첫 번째 앨범 <맵 오브 더 휴먼 솔>부터 함량 묵직한 작업들을 들려줬고, 특히 타블로는 토크쇼, 시트콤도 누볐다. 음악 창작자이자 엔터테이너로서 만만찮은 실력을 보인 셈이다. 발매 3주 만에 8만장이 넘게 팔린 이들의 세번째 앨범 <스완 송스>는 힙합이되 힙합만은 아니다. 일렉트로니카나 아르앤비 등의 색깔이 언뜻언뜻 비친다. 목소리를 빌려주거나 작곡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폭만 해도 넓다. 디제이 그룹 ‘언노운디제이스’, 힙합 그룹 ‘아이에프’, 옛 ‘듀스’의 이현도, 록밴드 ‘넬’의 김종완, ‘러브홀릭’의 지선, ‘클래지콰이’의 알렉스, 신인 보컬 엘완…. ‘음악가’ 이름에 스스로 가두지않는 자유분방함이 매력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은 아티스트 대 엔터테이너, 힙합의 정통 대 지류로 구분 짓는 것 자체에 코웃음을 친다. ‘에픽하이’는 “어떤 차별도 질색이고 자유분방함을 사랑한다”고 하니, 이들에게 구분 짓기는 우스운 일일 뿐더러 줄 세우기 작업의 첫 삽질로서 혐의가 짙을 테다. 정말로? ‘자유인’임에 자신만만한 이들에게 다분히 고의적인 딴죽을 걸었다. 이번 앨범은 너무 말랑말랑해진 것 아닌가? 두 번째 앨범 <하이 소사이어티>에서는 잰 체하는 ‘신사’들을 “턱시도에 똥 묻었다”고 비아냥거리지 않았나? “보수주의가 강요하는 상상의 낙태”(레슨2)라고 독설을 내뱉지 않았나? 직설적으로 말해야만 비판이라고 생각하는 건 고정관념이다. 타이틀 곡 ‘플라이’만 하더라도 일그러진 사회에 살지만 그래도 힘 내라는 이야기 아닌가? 또 사랑 노래면 다 말랑말랑한가? <위대한 개츠비>도 어떤 사람에겐 애절한 연애소설이지만 다른 사람에겐 사회 비판적인 것이다.
힙합 맞나? 장르라는 게 의미가 있나? 음악 자체가 좋으면 그만 아닌가? 규칙을 따라가면 그만큼 한계가 있다. ‘파리’는 옛 ‘듀스’의 이현도, ‘렛잇 레인’은 ‘넬’의 김종완과 같이 작곡했다. 좋은 음악을 만들려면 주객전도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랩을 하는 것보다 바이올린 연주를 곁들이는 게 더 어울리면 그렇게 가는 거다. ‘리쌍’, ‘다이나믹 듀오’, ‘원타임’ 등 힙합 그룹들의 인기가 요즘 거세다. 앨범이 나오자마자 핫트랙 등 주간 베스트 10에 포진했다. 힙합이 드디어 물 만났다고 생각하나? 스스로 스타라고 느끼나? 잘 나가는 한두 그룹은 빛을 봤다. 하지만 언더그라운드는 더 힘들어졌다. 우리도 그 시절을 겪어봐서 공감한다. ‘에픽하이’는 이름이 알려졌으니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스포트라이트를 나누는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힙합 음악가들과 같이 무대에 서도록 노력할 것이다. 스타? 어색하다. 방송국에서 녹화 기다릴 때 좋은 대기실에 있는 것보다 주차장에서 스케이트보드 타며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좋다. 어찌됐건 인기 있다고 우리에게만 특별히 잘 해주는 것도 차별이다. 인종, 성별, 빈부 등 모든 것들에 관련된 차별이 정말 싫고 이에 대해 노래해 왔다. 우리 부모님들이 모두 가난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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