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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9 17:24 수정 : 2005.11.10 15:19

바람처럼 가볍게, 혁명처럼 뜨겁게

민속적 색채를 품고 있으면서 보편적 정서도 울리는 이른바 ‘월드뮤직’ 앨범들이 라틴 아메리카와 대서양의 섬나라 카부 베르드의 우수 어린 선율을 실어 날라왔다.

앨범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는 라틴 아메리카의 명반들 가운데서도 대표적 명곡을 뽑아 실은 것이다. 제국주의와 독재정권의 탄압에 시달려야 했던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밴 노래들이다. 안데스 인디오의 민속 음악에 뿌리를 둔 ‘포크롤레’와 이를 사회 참여적으로 발전시킨 ‘누에바 칸시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그늘진 뒷골목에서 탄생한 탱고를 골고루 들을 수 있다.

‘포크롤레’라고 불릴 수 있는 첫곡 ‘슬픈 구름’은 전통악기 ‘케나’로 구슬프고 관조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이어 ‘로스 카차키스’ 그룹이 들려주는 ‘귀없는 사람’에는 “이오 이오”라는 화음과 팬파이프의 소리가 따뜻하게 어우러져 있다.

‘누에바 칸시온’에 속하는 노래 가운데 ‘체의 삼바’에서는 피노체트 정권이 고문하고 총살한 빅토르 하라의 목소리가 어쿠스틱 기타에 섞여들어간다. 존 바에스를 떠올리게 하는 가수 솔레다드 브라보의 ‘영원하라, 체 게바라여’도 처연하게 아름답다. 특히 50살에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해야 했던 비올레타 파라가 작사·작곡한 ‘인생이여 고맙습니다’는 차랑고 등 인디오 전통 악기의 음색을 머금고 있다. 누에바 칸시온의 대표적인 가수 아타우알파 유판키가 비올레타 파라의 아들과 함께 부른 ‘인디오의 길’은 1992년 스위스에서 벌였던 이들의 공연 실황에서 가져온 것이다 .

카를로스 가르텔의 목소리를 담은 ‘내가 사랑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나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를 ‘섹스테토 마요르’ 그룹이 밝게 연주한 탱고도 열정적이고 달콤한 슬픔을 맛보게 해준다. 같은 이름으로 나온 책(우석균 지금·해나무 펴냄)을 보면 이 앨범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바람의 노래…>에 비해 폴로 몬타네스의 <토박이 농부>는 소박하고 발랄하다. 쿠바에서 태어난 농부로 39살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음악 작업에 뛰어들었던 몬타네스는 한번도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고 악보도 보지 못했지만 100여곡을 만들어냈다. 관광객을 상대로 공연하던 그를 음반사 ‘루스아프리카’의 사장 주제 다실바가 발굴했다.

안타깝게 이 앨범은 그의 데뷔 엘범이자 유작이 됐다. 라틴아메리카의 스타로 떠오를 즈음이던 2002년 그는 교통사고로 숨을 거뒀다. 이 앨범은 밀짚모자를 쓰고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이나 노동으로 거칠어진 손을 닮았다. 트레스라는 쿠바 기타와 기교를 부리지 않은 목소리의 울림이 깊다. 특히 연인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내일은 어떨까’는 바이올린까지 스며 서정적인 리듬을 탄다.

몬타네스의 기타가 담백하다면 카부 베르드의 바우(본명 후피누 알메이다)가 연주하는 기타, 일렉트로닉 바이올린, 카바킹유(4현의 작은 기타)는 섬세하다. <케이프 베르디안 멜란콜리>는 세자리오 에보라 밴드의 음악감독 겸 기타리스트이기도 했던 그의 주요 곡을 골라 넣은 앨범이다. 첫 곡 ‘하켈’은 영화 <그녀에게>에 흐르기도 했다.

김소민 기자, 사진 알레스뮤직·코레 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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