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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9 21:06 수정 : 2005.11.09 21:06

리뷰 - 사이먼 래필이 이끈 베를린 필 내한 연주회

“베를린 필은 파도 같이 밀려오는 소리 같다. 땅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다. 단원 하나하나가 이 소리에 기여한다.”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지난 7~8일 이틀 동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카라얀의 방문 이후 21년만에 내한 연주회를 가진 베를린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그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대지의 깊숙한 곳에서 미세한 음으로 탄생해 점점 커지면서 화려하게 폭발한 뒤 다시 장엄한 여운을 남기고 사라지는 소리의 생성과 소멸 과정이 끝없이 반복됐다. 단원 하나하나가 화려한 솔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앙상블로서 ‘베를린 필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걸 가능케 한 건 사이먼 래틀의 뛰어난 작품 해석과 카리스마였다. 그러나 그는 결코 오케스트라를 장악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원들과 손짓과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그 자신도 음악을 즐기려는 것처럼 보였다.

베를린 필은 무엇보다 현과 관 파트의 조화가 완벽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플루트의 엠마누엘 파후드, 오보에의 알브레히트 마이어, 클라리넷의 벤첼 푹스, 호른의 슈테판 도어, 트럼펫의 벨렌차이 등 뛰어난 수석들로 이뤄진 관 파트 연주는 세계 최고라고 입을 모았다. 박성희 서울예술기획 이사는 “관악기에서 어떻게 저토록 따뜻하고 정교하고 윤기 있는 소리가 나오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베를린 필은 첫날 연주회부터 베를리오즈의 <해적> 서곡의 첫 연주로 정교하고 세련되고 완벽한 앙상블을 선보이며 일찌감치 객석을 장악했다. 특히 주 레퍼토리인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의 심층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은 시디연주로 갈증을 달랬던 베를린 필 열혈 팬들에게 라이브 연주만의 감동을 선사했다. 평론가들은 사이먼 래틀이 관악 편성과 현악기의 인원을 베토벤이 남긴 원전에 근거해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카라얀 시대의 2~3배 확대편성에 비해 전혀 정밀함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튿날에는 34살 젊은 현대작곡가 토머스 아데스의 <어사일러> 연주는 6명의 퍼커셔니스트들이 총출동한 타악기의 배치가 두드러졌는데 스윙, 비밥 같은 재즈적인 요소가 현대음악의 낯섬과 난해함을 눅여주었다. 베를린 필의 마지막 공식 연주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젊은 단원들이 많이 영입된 탓인지 쫙쫙 뻗어나오는 강력한 금관군과 극한의 강약을 오르낸 현악기군의 앙상블이 ‘영웅의 초상’부터 시작해 ‘영웅의 은퇴’로 쉼없이 이어지자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물결을 이루었다. 관객들의 갈채에 다섯번이나 무대로 불려나온 사이먼 래틀은 아쉬워하는 관객들의 마음을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8번>으로 달래준 뒤 무대 뒤로 떠났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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