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3.16 13:58
수정 : 2017.03.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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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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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창작극개발 프로젝트때
정명주 공연기획팀장이 발언
고연옥·김슬기 작가 등 증언
“작가 상상력 억압하는 검열”
국립극단 책임 피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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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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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이 지난해 자체 프로젝트에 참여한 극작가들에게 “<개구리> 같은 작품을 쓰지 말아 달라”고 강요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 국립극단이 자체 검열을 통해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자유를 억압한 것으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와 맥락을 같이한다.
‘국립극단 작가의 방’에 참여했던 고연옥 작가는 1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국립극단이 지난해 5월30일 참여 작가들에게 ‘<개구리> 같은 작품을 쓰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고 작가는 <연극평론> 2017년 봄호 기고문에도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작가의 방에 참여했던 김슬기 작가도 “첫 모임때 정명주 공연기획팀장이 ‘<개구리> 때 일 기억하시죠 작가님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작품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했다”며 이런 증언을 뒷받침했다.
또 구자혜 작가는 “작가들이 ‘정부 혹은 국가를 비판하는 희곡을 써도 되냐’고 물으니, 정 팀장이 ‘노!’라고 답했다”고 했고, 이오진 작가는 “‘사회비판은 극단에 가서 하시고, 국립극단 위한 걸 써주세요’라고 해 모든 작가들이 ‘그런(개구리) 사태를 만들지 말라’라는 뉘앙스로 알아 들었다”고 했다. 참여작가 모두 상상력 억압에 공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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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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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립극단에서 올린 박근형 연출의 <개구리>는 박정희·근혜 전 대통령 부녀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검열과 블랙리스트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 국립극단이 작가의 상상력을 억압한 이번 사태는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와 맞물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 예술감독은 지난달 3년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이 결정되지 않아 직책을 계속 맡고 있다. 작가의 방은 국립극단이 마련한 창작극개발 프로젝트로, 30대 극작가 10명을 자체 선정해 지난해 11월5~13일 6명의 작품을 ‘국립극단 작가의 방 낭독극장’(낭독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렸다.
이에 대해 국립극단은 “국립극단 직원이 ‘<개구리> 같은 작품을 쓰지 말라’라고 한 사실이 없으며 다만 ‘<개구리>로 대표되는 사건이 있었던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라는 발언이 오해된 것은 유감”이라고 해명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랴쇼몽>에는 살인 사건을 두고 등장인물들이 서로 다른 진술을 한다. 라쇼몽과 이번 사태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국립극단 주장만 빼고는 다른 참여 작가들의 주장이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이다. 김슬기 작가는 “그 말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기억한다. 매일 일기를 쓰는데, 작가마다 기억이 다를 수 있어, 모임때마다 기억을 맞춰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30일 작가의 방 간담회에는 고연옥·박찬규·이오진·김슬기·구자혜·윤성호·정소정·윤미현·이미경 작가와 정명주 국립극단 팀장, 손신형 피디가 참석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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