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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30 12:12 수정 : 2017.04.30 18:51

경남 의령 예둔리 고분에서 나온 손잡이 달린 잔. 아라가야 사람들이 쓰던 것이다. 동그란 귀 모양의 앙증맞은 손잡이에 깔끔한 잔 형태가 현대적 미감을 불러일으킨다.

한성백제박물관의 가야특별전과 국립경주박물관의 백제특별전 눈길
백제와 신라의 고도에서 각각 만나는 가야, 백제 유물들 색다른 감흥
백제-가야, 신라-가야 교류사 자취도 함께 다뤄

경남 의령 예둔리 고분에서 나온 손잡이 달린 잔. 아라가야 사람들이 쓰던 것이다. 동그란 귀 모양의 앙증맞은 손잡이에 깔끔한 잔 형태가 현대적 미감을 불러일으킨다.
우아한 품격의 문화를 뽐냈던 백제(1~7세기)와, 철과 질박한 토기로 유명했던 가야(3~6세기). 한국인치고 고대 한반도에 있던 두 나라를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백제·가야 선조들이 만든 다채로운 문화유산의 실체를 두루 꿰는 이는 드물다. 서울이나 지방 순회전 등을 통해 백제, 가야의 문화유산들을 한자리에 소개하는 기회가 사실상 전무했던 탓이다.

올봄은 사정이 다르다. 신라 고도 경주에서 백제를 보고, 초기 백제의 도읍 터 서울에서 가야를 만나는 전시들이 처음 차려졌다. 서울 방이동 한성백제박물관의 ‘가야, 백제와 만나다’ 전(28일까지)과 국립경주박물관의 ‘세계유산 백제’ 전(7일까지)이다. 적국과 우방의 역사를 거듭한 세 나라 교류사까지 살펴보는 뜻깊고 반가운 기획전이라 할 수 있다.

‘가야…’ 전의 주인공은 다양한 토기와 무기, 갑옷, 말갖춤 등의 철기다. 3세기 경상도, 전라도 일부 지역인 옛 변한 10여개 소국들이 결속해, 562년 신라에 멸망할 때까지 300여년간 명맥을 이어간 연맹체 나라 가야의 역사를 표상하는 유산들이다. 관객들은 금관가야, 소가야, 대가야, 아라가야의 4개 주요 소국 토기, 철기, 무덤 양식·부장품 등을 차례로 조망한 뒤 신라, 백제, 왜, 중국과의 교류상까지 살펴보게 된다. 짧은 목 항아리, 투창 굽다리 접시 같은 다양한 토기문화로 대표되는 금관가야, 불꽃 모양의 투창 무늬 토기가 강렬한 감흥을 남기는 아라가야, 투박한 긴 목 항아리와 금동관, 매무새 튼실한 갑옷류가 특징인 대가야 문화의 면모를 한자리에서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중국, 왜, 백제 등지에서 앞다퉈 수입해갔던 가야 철기의 특징을 반영해 납작도끼, 덩이쇠와 각종 판갑옷, 말갖춤 등도 다수 보인다. 동시대 일본 고분 출토품인 ‘바람개비 모양 방패 꾸미개’(파형동기), ‘원통 모양 청동기’(통형동기)와 남방에서 일본을 거쳐 전래된 야광조개 국자 등의 이색 유물도 출품돼 활발한 대외 교류 양상도 보여준다. 백제와의 교류사는 서울 풍납토성에서 출토된 가야계 토기 조각들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전시 제목에 걸맞을 만큼 다양한 유물들이 비교 전시된 것은 아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신라 고찰인 경북 칠곡 송림사 전탑에서 나온 나뭇가지 모양의 장식 공양물. 백제 높은 관리들의 모자 장식에 쓰던 은화 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 장식문화가 신라 공예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경주의 ‘…백제’ 전은 연초 열렸던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순회전시다. 다만, 얼개가 상당히 바뀌었다. 기획자인 이용현 학예사는 목간 등의 고대문서 전문가답게 목간, 토기, 비석 등에 새긴 문자 자료들을 부각하고, 백제-신라 교류사를 설명하는 데 비중을 뒀다. 일본 나라의 고대왕실 보물창고 쇼소인에 소장된 신라 촌락문서의 일부 용어가 전남 나주 복암리 유적에서 나온 백제 호적문서 목간의 용어와 일치하며, 신라 고찰인 경북 칠곡 송림사 전탑에서 나온 나뭇가지 장식물이 백제 고위관리의 모자에 붙인 은화 관식을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분석 등을 주목할 만하다. 충남 부여군 쌍북리 관청 터에서 나온 두루마리 문서의 색인용 나무꽂이 ‘제첨축’과 백제인들이 차를 마셨던 칠잔도 상세한 설명과 함께 볼 수 있다. 무령왕릉에서 나온 왕과 왕비의 금제관식, 전북 익산 미륵사탑에서 나온 금제사리기, 지난해 발견돼 큰 화제를 모은 구구단 목간 등 백제의 유명한 대표 유물들을 서울 전시에 이어 구경할 수 있다.

경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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