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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04 11:18 수정 : 2017.05.04 21:40

옥주현. 프레인글로벌 제공

중년의 사랑 그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호평
2005년 첫 작품 때 연기력 논란·안티팬이 ‘약’ 돼
몸값 논란엔 “높은 만큼 관객동원 등 해야 할 몫 커”

옥주현. 프레인글로벌 제공

“여자들은 자기 인생이 없잖아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꿈도 사라지고 자기 이름도 사라지고….”

언젠가부터 ‘여자’보다 ‘아내’라는 이름으로 사는 프란체스카. 무료하고 반복적인 일상 속에 세상을 이방인처럼 떠돌던 사진작가 로버트가 불쑥 찾아온다. 불현듯 시작된 나흘간의 사랑, 그리고 평생의 그리움.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21세기엔 다소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두 중년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서정적 음악과 단출한 무대에 실어 그려낸다. 자칫하면 ‘불륜’의 외피를 벗지 못할, 또 자칫하면 동명 영화 속 메릴 스트립의 명연기에 묻혀버릴 프란체스카의 세심한 감정 변화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호평을 받고 있는 배우 옥주현(37)을 지난달 24일 서울 신당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해 데뷔 10주년임에도 언론 인터뷰를 고사했던 그이기에 비단 이번 작품뿐 아니라 ‘뮤지컬 배우 옥주현’으로 산 지난 시간을 함께 돌아봤다.

원 캐스팅(공연이 끝날 때까지 한 역할을 배우 한 명이 맡는 것)으로 연기하다 보니 매일매일을 ‘프란체스카’로 살고 있다는 옥주현은 중년 관객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것이 요즘 가장 큰 행복이라고 했다. “제가 마니아 팬보다는 대중적인 팬들이 많잖아요. 그게 제 강점이기도 한데, 아무래도 어르신들은 (이름이라도 한 번 들어본) ‘옥주현’이 한다니 좀 더 많이 보러 와 주시지 않을까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 달리 주 관객층이 20~30대 젊은 층인 한국 뮤지컬 시장을 40~50대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인터뷰 내내 옥주현은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썼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데뷔 12년차, 여배우 중에는 단연 티켓파워 1위를 자랑하는 ‘뮤지컬 퀸’이 된 그다.

그런 옥주현에게 ‘핑클’의 열여덟 소녀를 추억하게 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돼버렸지만,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 1세대’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그를 따라다닌다. “아, 잠깐만요. 그런데 1, 2, 3세대를 나누는 기준은 뭐죠? 설마 나이인가요? 하하하.” 쑥스럽게 웃어넘기지만, 사실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전업했을 때의 쓰라린 첫 경험이 지금의 옥주현을 만든 8할이다.

옥주현. 프레인글로벌 제공
2005년 <아이다>의 주연을 꿰차며 뮤지컬계에 발을 디딘 그는 ‘안티’와 ‘악평’을 몰고 다니기로 유명했다. “지금 생각해도 합당한 비판이에요. 물론 충격도 심했죠. 핑클 활동할 땐 인터넷이 발달을 안 해 사실 안티팬이 있는 줄 잘 몰랐어요. 뮤지컬 데뷔하고 엘지아트센터 홈페이지에 쏟아진 악평을 보니…. 사람들이 내 연기와 노래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미안하고, 푯값이 얼마나 아까웠을까 싶어 죄송했어요.”

안티팬은 스스로를 다지는 ‘약’이 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절대 무대 위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선배들은 ‘컨디션이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팬들도 이해해줄거야’라고 하지만, 저는 그런 관대함을 기대할 수 없었으니까요.” 가혹하리만치 자신을 다그치고 완벽을 추구하는 옥주현의 성향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제는 막무가내식 안티에도 초연해졌다. 지금은 관객 후기도 잘 안 본다고 했다. 상처를 받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칭찬이든 채찍이든 그것에 휘둘리는 것이 위험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 탓에 비슷한 처지의 아이돌 출신 후배들에게 냉정한 충고를 서슴지 않는다. “유명한 덕에 쉽게 배역을 차지했으면 그 달콤함만큼 비난도 감수하라고 말해요. 작품 시작하면 매니저는 없다고 생각하라거나, 예쁨 받을 생각 버리고 너 스스로가 모두를 챙기고 돌보는 엄마 역할을 하라고도 하죠.” 지금은 스타 가수들이 앞다퉈 뮤지컬에 뛰어들면서 ‘가요계에서 이름값 떨어지면 뮤지컬계를 기웃거린다’는 편견 어린 인식이 사라졌고, 뮤지컬 시장도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 나름대로 그에 일조했다는 자부심도 느낀다.

그렇다면 ‘몸값 논란’은? 스타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이에 따라 제작비가 올라가 결국 작품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제가 여배우 중 몸값이 제일 높은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조)승우 오빠나 (김)준수씨와 견줄 순 없어요. 어쨌든 몸값이 높은 배우들은 그만큼 티켓 판매를 책임지는 부담감이 있어요. 마케팅비가 포함돼 있는 거죠. 제작자들이 훨씬 더 ‘계산’에 능한데, 몸값 높은 배우가 그 값을 못 한다면 계속 캐스팅하진 않겠죠?”

옥주현. 프레인글로벌 제공
사실 옥주현이 ‘도전해 온 길’은 적지 않은 여배우들에게 ‘가고 싶은 길’이 됐다. 국내에 상륙하는 대다수 초연 뮤지컬의 주연을 맡았고, 때로는 배역의 존재감까지 바꿔놓았다. 대표적인 예가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이다. 조연이라 등장 신도 많지 않고 부르는 넘버(곡)도 몇 곡 되지 않지만, 옥주현이 선택함으로써 이제는 모든 여배우가 선망하는 배역이 됐다. “배우로서 롱런을 고민하다 보니 다양성과 새로움에 방점을 찍게 되더라고요. 예쁘고 멋진 역할은 충분히 했잖아요. 댄버스는 짧지만 굵은 역할이랄까? 무게감이 상당하죠. 관객들이 ‘옥버스’라고 연호할 때 짜릿한 쾌감을 느껴요.”

옥주현은 여전히 배우로서의 삶에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매디슨…>를 공연하며 6월 재연하는 <마타하리> 연습을 병행하고 있다. 단순히 ‘욕심’ 때문만은 아니다. “나이 들면서 여배우의 역할은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지금 하는 작품이 결국 다른 여배우들의 운신의 폭을 확장하는 데 큰 몫을 할 것“이라는 ‘책임감’ 때문이다. 목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몸을 혹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그는 “목도 몸도 계속 써야 녹슬지 않아요. 쉬다 다시 하면 오히려 더 무리가 가요. 보일러를 껐다가 켜면 연료가 더 드는 것과 같죠”라는 답변을 내놨다.

여전히 앞만 보고 달리고 있지만, 제법 여유도 생겼다. “<매디슨…> 들어가기 전 살이 5㎏ 정도 붙었는데 그냥 뒀어요. 프란체스카가 중년이라 살집이 있어 보이는 게 낫다는 판단도 있지만, 어차피 <마타하리>의 팜므파탈 연기를 하려면 뺄 거니까. 살 빼는 거 힘들지 않냐고요? 뭐든 어려운 걸 해내려면 밥 먹듯 해야 돼요. 운동을 밥 먹듯 하면 결국 빠진다니까요. 하하하.”

유선희 기자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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