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5.09 09:00 수정 : 2017.05.09 09:00

(앞줄 왼쪽부터) <대심땐쓰>를 연습하고 있는 김범진씨와 무용가 안은미, 김유남씨. 예술의전당 제공

저신장장애인과 협업한 안은미컴퍼니 현대무용
12~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초연

(앞줄 왼쪽부터) <대심땐쓰>를 연습하고 있는 김범진씨와 무용가 안은미, 김유남씨. 예술의전당 제공
“이야~ 끝내준다!”

키 130㎝와 132㎝ 두 무용수의 팔동작이 복잡하고 빨라지자 현대무용가 안은미(55)도 흥이 올랐다. 지난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대심(大心)땐쓰> 연습이 한창이었다. “몸은 작지만 마음은 크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두 무용수가 전하는 에너지가 뜨겁고 폭발적이라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주죠.”

일반인과 전문무용수의 협업으로 국내외 찬사를 받아온 안은미가 이번에는 저신장장애인과 만났다. 지난해 시각장애인과 한 <안심(安心)땐쓰>에 이어, 성소수자와 할 <방심땐쓰>로 연결되는 ‘소수자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저신장장애란 다 자란 성인의 키가 147.5㎝ 이하인 경우에 해당된다.

<대심땐쓰>를 연습하고 있는 김범진씨(왼쪽)와 안은미, 김유남씨(오른쪽). 예술의전당 제공
왜 저신장장애인인가 “제 작품 <심포카 바리: 저승 편>에 나용희(키 110㎝의 트로트 가수)씨가 출연했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작음이 그를 더 크게 만들었다는 걸 알았죠. 언젠가 작은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7년이 지난 올해, 안은미는 마침내 김범진(26), 김유남(24)씨를 만났다. 애초 5~6명을 계획했지만 다른 장애에 비해 정보가 적은데다 사회적 편견 탓인지 폐쇄적 성향이 강해 섭외에 애를 먹었다. 결국 하고 싶다고 제 발로 찾아온 두 사람만 다른 무용수 8명과 최종 호흡을 맞추게 됐다.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둘은 “무대에서 신체적 차이는 경쟁력”(김범진), “전형적인 역할에서 다른 극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긍정적 한계”(김유남)라는 말처럼 특유의 긍정적 태도로 연습실의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해서 근육통에 시달리기는 처음 무용을 접하는 비장애인에게도 흔한 일. 더구나 신체구조상 상체 무게를 버티지 못해 다리가 휘고, 심한 운동 시 단시간에도 쉽게 통증이 찾아오는 이들에게 작업은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대심땐쓰> 연습을 지휘하는 무용가 안은미. 예술의전당 제공
짧아서 탄력있는 몸짓, 길이의 변주 지난 두 달, 안은미와 무용수들은 연습실에서 부대끼면서 두 저신장 배우의 일상적 움직임과 경험들에서 춤동작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안은미는 “과거에 저신장장애인에게 갖고 있던 편견을 버리고, 오롯이 두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계몽이 아니라 소통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탄생한 동작들은 키 130㎝부터 178㎝에 이르기까지 신체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어 화음처럼 조화를 이룬다. 특히 두 배우의 몸짓은 짧은 팔다리 때문에 속도감이 있고 탄력이 넘친다. 처음 춤을 추는데도 아마추어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안은미의 능력이다. “절대 일반인과 전문 무용수를 분리시키지 않아요. 똑같은 모양의 돌이 아니어도 기막히게 균형을 찾는 돌탑의 원리 같은 거죠.”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의 화두는 ‘길이’ 혹은 ‘높이’이다. 의상에 활용될 줄무늬는 이를 더욱 극대화한다. 안은미는 “사람들은 각자의 눈높이로만 보고 산다. 수평뿐 아니라 수직적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상징적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본공연에서는 ‘어어부프로젝트’ 장영규의 음악이 가세해 대심이 더욱 깊어진다. “우리는 음악에 맞춰 춤추지 않아요. 새로 작곡된 음악을 입어서 생기는 불균형과 어색함이 발효될 겁니다.”

내년이면 무용단 창단 30주년을 맞는 안은미는 ‘동양의 피나바우슈’라 불리며 2010년부터 몸의 인류학적 의미에 천착해왔다. 생명이 연장되는 몸으로서 할머니와 협업한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책임감에 짓눌린 아저씨의 노동하는 몸을 탐구한 <무책임한 땐쓰>, 입시에 시달리는 순수한 십대의 몸을 다룬 <사심없는 땐쓰> 등 ‘몸의 3부작’은 국내는 물론 유럽 투어 무대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올해는 <안심땐쓰>가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공연된다. 초연도 전인 <대심땐쓰>는 이미 내년 프랑스 공연이 확정됐다. 올 6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영국의 캔두코 무용단과 작업한 결과도 내년 3월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공개된다. 그는 “춤의 사회적 기능, 즉 누구에게나 자유를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하여 전문인만이 아닌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것으로 되돌려놓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달 12~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씨제이(CJ)토월극장. (02)580-1300.

김혜경 프리랜서 기자 salutkyeong@gmail.com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