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10 10:30
수정 : 2017.05.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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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영국에서 열리는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을 떠나는 김민수(왼쪽)씨과 박현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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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출신 김민수씨
영국 글래스턴베리 시작으로
덴마크, 브라질 등 대장정
SNS 라이브중계…책도 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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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영국에서 열리는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을 떠나는 김민수(왼쪽)씨과 박현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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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글래스턴베리로 떠나자.” 김민수(25)씨는 지난해 자신이 몸담았던 인디밴드가 앨범을 포기하면서 제작을 위해 모았던 돈이 ‘공돈’으로 바뀐 순간 결심했다. 전인권·서태지의 팬이고 인디밴드 웨이스티드쟈니스의 팬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부터 콘서트를 즐기던 김씨였다. 그는 지난해 6월 글래스토(글래스턴베리 현대공연예술 페스티벌의 애칭)를 계기로 외국 록페스티벌에 번 돈을 ‘탕진’하는 이로 거듭났다. 영국 남서부 작은 도시 서머싯에서 열리는 글래스토는 해마다 17만5천 관객이 찾는 대규모 페스티벌이다. 라인업이 발표되기도 전인 10월, 티켓이 오픈하자마자 30분 만에 모두 매진된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라인업으로 공연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믿고 찾아가는 것이다. 아티스트들에게도 특별하다. 민수씨는 “지난해 콜드플레이가 헤드라이너였는데, 대규모 세계 공연을 치르고 온 콜드플레이가 여기서는 오히려 소박하게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 그런 맛이 더 좋았다”고 말한다. 올해는 라디오헤드, 푸 파이터스, 에드 시런이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선다. 2018년은 개최지 보호를 위한 휴식년이라 올해 더 높은 열기를 예고하고 있다.
민수씨는 올해 더욱 ‘가열찬’ 일정을 세웠다. 6월 글래스턴베리를 시작으로 6월 말 덴마크의 로스킬레 페스티벌, 7월 벨기에 투모로랜드, 9월 브라질 록 인 리우까지 이르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장르도 다양한다. 벨기에의 놀이공원에서 열리는 투모로랜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디엠(EDM)페스티벌이고 브라질의 록 인 리우는 운집하는 사람들만으로 장관인 록·메탈 페스티벌이다. 어린 시절 렛츠락페스티벌에 남진·설운도가 나왔던 순간까지 기억하는 ‘페스티벌 키드’는 장르 편식 없이 페스티벌을 즐긴다. “뮤지션도 관객도 그 자리에 맞게 음악을 즐기는 페스티벌이 좋다.”
일정에는 올해의 세 번째, 네 번째 건스 앤 로지스 공연 관람도 포함되어 있다. 올해 초 뉴질랜드에서 건스 앤 로지스 공연을 보았는데 “이런 사운드를 다시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기회가 닿는 대로 공연을 보려고 작정했다. “매번 공연곡 목록이 다르고, 관객의 호응도에 따라 번갈아가며 즉흥적인 기타 독주가 이어지”고 “로컬 밴드가 오프닝을 했는데 다음날 그 곡을 따라하는” 자유분방하면서도 진화하는 매력을 목격하고 싶어서다.
글래스토에는 12명이 함께 떠난다. 페스티벌 조력업체 ‘꽃가마’를 운영하는 박현숙(37)씨는 글래스토, 벨기에 록 베르히터, 스위스 몽트뢰 재즈페스티벌 티케팅에 성공한 사람들을 모아 ‘원정대’를 꾸렸다. 한 달의 강행군이다. 사전모임에서 참가자들의 사진가, 동영상 촬영가, 작가 이력 등이 파악되고 나니 가서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아졌다. 페스티벌 기간에는 페이스북(
www.facebook.com/ggoggama)을 통해 라이브 중계를 하고, 다큐멘터리도 완성하고 책도 집필할 예정이다. 박현숙씨는 “극한의 상황으로 덜컥 뛰어들고 보니 함께라는 사실에 그저 기쁘다”며 “뭐가 펼쳐질지 모르는 드라마를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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