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5.15 09:40 수정 : 2017.05.15 10:00

극장 용 로비에서 다음달 6일까지 열리는 전시 겸 공연 <오토마타 인형극장-별주부전>.

극장 용 로비서 보는 ‘별주부전’
9m 유리관 안에 불이 켜지면
전시에서 인형극으로 자동 구현

극장 용 로비에서 다음달 6일까지 열리는 전시 겸 공연 <오토마타 인형극장-별주부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위치한 극장 용 로비에서는 가로 9m 유리관 안에 수많은 인형들로 다양한 장면들을 담아낸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유리관 왼쪽 끝에는 용왕이 링거를 맞으며 누워 있다. 오른쪽 끝에는 수술 도구를 든 오징어 앞에 토끼가 묶여 있으며, 그 장면 바로 위로 용궁을 벗어나는 토끼가 보인다. 이 인형들이 <별주부전>의 장면들을 파노라마식으로 연출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이 <별주부전> 전시는 특정 시간이 되면 공연으로 바뀐다. 인형 조정자(Puppeteer) 없이, 로봇 제어 장치로 인형들이 움직이면서 공연을 한다. 왼쪽부터 한 장면씩 조명이 들어오면, 노래가 곁들여진 구연자의 설명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관객들은 20여분 동안 조명이 들어온 장면을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감상하면 된다. 이 작품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우수 융복합 공연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된 <오토마타 인형극장-별주부전>이다. 오토마타는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인형을 일컫는다.

지난해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이후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미래에는 지금의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며 그나마 창의적인 업종이 인간의 영역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공연계 경향을 보면 창의적인 예술조차도 기계문명의 직접 개입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미 음악계에서는 빅 데이터를 이용한 작곡과 연주하는 로봇이 등장했고, 무용계에서는 무용하는 로봇과 인간의 협업이 종종 이루어진다.

몇 년 전에는 로봇 연극을 이끄는 일본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의 <사요나라>가 국내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사요나라>에는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여인을 위해 시를 읽어주는 로봇 ‘제미노이드 에프(F)’가 등장한다. 그녀에게 위안과 희망을 줄 시를 선택해 읽어주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남은 시간을 함께한다. 이 로봇은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모두가 가기를 꺼리는 후쿠시마 원전 재난 지역에 사람들을 위로하러 보내진다. 그는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데 기뻐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간적인 존재는 아이러니하게도 로봇인 제미노이드 에프다. 작품은 로봇을 통해 점점 인간성을 상실하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극장 용 로비에서 다음달 6일까지 열리는 전시 겸 공연 <오토마타 인형극장-별주부전>.
자동으로 구현되는 <오토마타 인형극장-별주부전>도 문명 비판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작품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고전 <별주부전>과 동일하다. 토끼의 간을 구하러 지상으로 올라온 별주부는 황폐한 지상의 모습에 놀란다. 관리자 한 명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힘겨운 노동을 반복하는 다수의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약한 동물들이 폭력적인 호랑이의 지배를 받고 있다. 별주부가 경험하는 지상은 계급적인 차별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폭력적인 세상이다. 별주부는 호랑이와 맞선 대결에서 이겨 토끼를 만나게 된다. 용궁에 온 토끼는 환경오염이 심해 간을 빼놓고 왔다고 기지를 발휘해 탈출에 성공한다.

기술 때문에 가능한 공연인 <오토마타 인형극장-별주부전>이, 기술문명에 비판적인 성격을 띠는 이유는 창작자의 반성적인 성찰 때문이다. 로봇 연극을 만드는 창작자들은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철학적인 질문을 근본적으로 하며, 그러한 고민이 작품에 반영된다. 전시와 공연을 결합한 <오토마타 인형극장-별주부전>도 그러한 공연이다. 이 공연은 다음달 6일까지 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공연은 매일(월요일 제외) 오전 10시와 오후 1시에 볼 수 있다. 토요일은 오후 3시30분 1차례 추가. 글·사진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