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피카소미술관에서 내년 1월초까지 열리고 있는 개관 20주년전 ‘피카소, 데생을 향한 열정’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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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리포트] 피카소미술관 20돌 기념전 명암
파리 시내 동쪽 바스티유 근처에 있는 피카소미술관에서는 지난 9월말부터 내년 1월9일까지 개관 20주년 전시로 ‘피카소, 데생을 향한 열정’이라는 특별전시를 열고 있다. 과거 소금세 징세관 건물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탓에 ‘오텔 살레’(소금집)라 불리우는 피카소 미술관은 1973년 피카소 사후에 막대한 상속세를 지불하는 대신 미술작품으로 그 상속세를 대신하기로 한 유가족들과 후손들의 결정에 따라 국고에 귀속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피카소의 회화 251점, 조각 160점, 도자기 107점과 58권의 작가노트, 1500점의 드로잉, 판화 1600점 등 소장품이 많다. 피카소가 1904년부터 정치적 이유로 파리 등 프랑스에 체류·정착한 덕분이다. 현대미술관련 화랑들 불황 허덕“신인 양성·대책 마련없이
스타작가에 의존” 비판 만만찮아 이번 전시는 그의 데생과 습작을 중심으로 피카소 대작들의 탄생 과정을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꾸며진 전시이다. 이를 두고 지난 2002년 오르세 미술관에서 열렸던 ‘추상의 과정-몬드리안’ 전시와 마찬가지로 현대 미술 이전의 모더니즘 미술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장을 열고 있는 하나의 흐름으로 보는 긍정적 견해도 있다. 그러나 비판도 만만치 않게 흘러나온다. 스타가 없이 불황에 밀려 문을 닫고 있는 현대미술 관련 화랑들에 대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기존 신인작가들의 양성이나 전시는 뒷전으로 미룬 채 과거의 향수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파리 화단의 불황 조짐은 심각하다. 퐁피두 미술관 앞쪽에 위치했던 한 현대미술화랑이 스타벅스로 탈바꿈했고, 다른 화랑들도 현대미술에서 중소 앤틱 소품점으로 속속 업종을 바꾸는 지경이다. 이런 추세는 비단 미술계가 불황에 빠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루브르박물관 근처에서 갤러리 ‘퓌튀라’를 운영하는 일본인 야수나리 후루타는 “미술계의 불황이라기보다 구매자들이 유명세가 없는 젊은 작가들에 대한 구매를 기피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신진 작가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활발한 편이지만, 사설 갤러리를 위한 정부의 지원은 없다는 것이다. 퓌튀라의 큐레이터인 베데르는 “유럽 전체가 불황인 것이 아니라 프랑스 시장이 침체했을 뿐”이라며 “독일 시장의 경우 거래가 활발한 편이고 더욱이 이제는 과거와는 달리 수집가들이 인터넷을 이용해서도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피카소만큼은 실패하지 않은 상품이다. 피카소 미술관 이외의 다른 많은 곳에서도 피카소 전시가 끊이지 않는다. 피카소의 모든 저작권을 관리하는, 피카소의 아들 클로드 뤼츠 피카소가 이끄는 피카소 재단은 몇 해전 자동차 회사인 시트로앵에 피카소 서명의 로고를 ‘거액에’ 팔아넘겼다. 시트로앵은 ‘사라 피카소’라는 모델의 자동차를 출시했고, 피카소를 모델로 한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린아이들이 피카소를 화가가 아닌 자동차 이름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피카소는 국적이 스페인임에도 불구하고 조국에서보다 프랑스에서 더 큰 대접을 받고 있는 셈다. 그리고 프랑스는 피카소로 인해 스페인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파리/최정민 통신원 jungminchoi7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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