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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19 12:59 수정 : 2017.05.19 12:59

나윤선 9집 <쉬 무브스 온>.

나윤선 9집 <쉬 무브스 온> 리뷰

나윤선 9집 <쉬 무브스 온>.
2013년에 발표된 나윤선의 8집 음반 <렌토>를 들으면서 나윤선이 이 음반을 뛰어넘는 음반을 내놓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만큼 <렌토>는 압도적이었다.

그 후 4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나윤선은 변함없이 국내외를 오가며 공연을 펼치고 해외에서 더 각광을 받는다. 2015년에는 국립극장의 여우락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즈음에 만난 나윤선은 한국 전통음악에 몰입해 있다고 했다. 새 음반이 크로스오버 형태로 나올 수도 있을 듯했다.

하지만 19일에 발표한 나윤선의 9집 <쉬 무브스 온>(She moves on)은 여전히 재즈다. 나윤선은 여전히 재즈 보컬리스트로 독일 재즈 레이블 악트(ACT)에서 다시 자신의 음반을 내놓았다. 달라진 것들과 달라지지 않은 것들이 함께 담긴 음반이다. 연주자들이 달라졌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재즈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 대신 프로듀서 겸 건반 연주자인 제이미 사프트와 호흡을 맞췄다. 기타는 마크 리보, 베이스는 브래드 존스, 드럼은 댄 리서가 맡았다.

그러나 나윤선의 선곡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자신이 쓴 곡을 담고, 다른 이들이 쓴 곡을 리메이크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는 나윤선의 도전정신은 이 음반에서도 한결같다. 나윤선은 이번 음반에서 루 리드, 폴 사이먼, 피터 폴 앤 메리, 조니 미첼에 이어 지미 헨드릭스의 곡까지 거뜬하게 소화해낸다. 폴 사이먼의 곡 ‘쉬 무브스 온’은 빈티지한 건반 연주에 무게를 실어 재현했고, 피터 폴 앤 메리의 ‘노 아더 네임’은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중심으로 담백하고 우아하게 불렀다. 나인인치네일스와 메탈리카의 곡을 멋지게 리메이크해냈던 나윤선은 이제 지미 헨드릭스의 곡 ‘드리프팅’을 절제된 편곡으로 담아 탐미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로 미끄러지듯 빠져들게 만들어버렸다. 지미 헨드릭스가 순박한 사이키델릭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면 나윤선은 자신의 보컬로 은밀하게 침잠하면서도 일렉트릭 기타의 열기를 놓치지 않는 균형감각으로 원곡에 대한 존중을 지켜내면서 다시 리메이크의 모범에 이르렀다.

이번 음반에서 나윤선은 유명 뮤지션들의 곡만 리메이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속 음악과 재즈 스탠더드 곡도 함께 리메이크했다. 지미 헨드릭스의 곡이 흩뿌려놓은 안개 속 풍경이 지워지기 전에 이어지는 ‘블랙 이즈 더 컬러 오브 마이 트루 러브스 헤어’와 ‘어 세일러스 라이프’는 민요를 리메이크한 곡들이다. 직접 연주하는 칼림바와 베이스 반주만으로 채워지는 노래는 나윤선 보컬의 결과 결기가 만들어내는 파장과 섬세한 어울림의 자연스러운 긴장으로 충만하다. 이번 음반의 절정이라고 해도 좋을 이 세 곡의 퍼레이드와 후반부 곡들의 편안함은 이제 나윤선의 최고작을 묻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윤선은 이미 아름다움의 영토로 건너가 그곳을 떠나지 않고 있다. 장르를 초월한 아름다움의 나라, 나윤선은 그곳에 산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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