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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21 15:33 수정 : 2017.05.22 09:11

한국에서 가장 창조적인 색소포니스트로 평가받는 김오키가 ‘친일 청산’을 주제로 가져온 5집 앨범 ‘뻐킹 매드니스’를 발매했다. 사진 조소영 기자 azuri@hani.co.kr

창조적인 색소포니스트 김오키의 5집 앨범 <뻐킹 매드니스>
연주자들에게 진행 얼개만 알려주고 즉흥 연주의 맛 살려
‘친일 청산’을 주제로 가져온 ‘반자이 간코쿠‘ 등 앨범 실어

한국에서 가장 창조적인 색소포니스트로 평가받는 김오키가 ‘친일 청산’을 주제로 가져온 5집 앨범 ‘뻐킹 매드니스’를 발매했다. 사진 조소영 기자 azuri@hani.co.kr
“오키 있잖아. 정신세계가 약간 독특한 것 같지 않아?” “즉흥곡 아냐?” “왠지 머릿속에 악보가 없을 것 같아.” “그냥 애드리브야, 걔.” 김오키의 2집 앨범 <김오키 동양청년 격동의 시간여행>에 실린 ‘정신세계’는 두 여성의 대화에 음산한 색소폰이 깔리는 곡이다. 대화 내용이나 세간의 평과는 달리, 그는 ‘즉흥곡’을 한 적이 없다. 시도는 했지만 앨범에 실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낸 5집 앨범 <뻐킹 매드니스>에서 소원을 절반쯤 이뤘다. ‘즉흥연주’로 완성한 25분짜리 대곡 ‘파이어밤 10’(화염병 10연발)이다.

15일 서울시 도봉구 플랫폼창동61에서 만난 김오키는 딱 잘라 말했다. “이게 즉흥곡이면 즉흥한테 미안하죠.” 플랫폼창동61의 공연장에서 녹음을 했는데, 김오키는 모인 이들에게 어떤 얼개로 진행될지를 알려주고,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다음 주자 뒤에 가서 귓속말로 “다음은 어떤 키로, 몇 마디 연주하라”고 지시하며 뛰어다녔다. 그래도 즉흥연주의 묘미는 ‘계획’을 벗어난 순간 나타났다. “브라스(색소폰·플루트·트럼펫) 세 명이 베이스 다음 대기하고 있는데, 베이스가 연주하는 중에 조를 바꿔버린 겁니다. 우리 셋은 준비하고 있던 대로 진행하고, 그래서 베이스와 어울리지 않는 불협화음이 이어졌죠.”

<뻐킹 매드니스>는 한국에서 ‘가장 창조적인 색소포니스트’라고 불리는 김오키의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적인 감성이 결합된 앨범이다. 힙합 댄서 출신이기도 한 그는 래퍼와 함께 앨범의 타이틀곡을 완성했다. ‘퍽 마 드림스’는 해도 안 되는 현실을 다룬 “흙수저의 꿈”이다. 랩을 한 ‘에조’는 아직 데뷔하지 않은 한국·인도인 혼혈 래퍼다. 곡 사이마다 들어간 세 개의 ‘임파스토’(유화에서 두껍게 칠하는 기법을 뜻하는 미술용어에서 따온 노래 제목)는 주로 힙합에서 곡과 곡 사이를 잇는 곡으로 쓰는 ‘스킷’이다. 이 노래들은 포카페이스(4Kapas)라는 일렉트로닉팀이 완성한 곡에 색소폰 연주를 믹싱했다.

격동의 한국사(2집)를 다루거나 김수영의 시(3집 <거대한 뿌리>)에서 영감을 얻으며,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집 <천사의 분노>)을 소재로 가져오던 그가 이번에 주제로 삼은 것은 ‘친일 청산’이다. 주제는 ‘반자이 간코쿠’(한국 만세)라는 노래 제목에서 무심히 드러난다. ‘반자이 간코쿠’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평화로운 곡 중 하나다. 제목과 곡 내용은 반목하고, 앨범 전체에서 ‘즉흥성’과 ‘계획성’도 반목한다. “시계처럼 맞아 돌아가는 음악이 저의 삶과는 맞지 않죠. 그래서 예전에는 악보를 던져주고도 이대로 연주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연주를 주문하는 것 자체가 간섭이 되더라고요.” 그 ‘계획된 즉흥성’의 타협 결과인 이번 앨범을 그는 “의도한 개판”이라고 부른다. 친일파는 잘 살고 독립유공자 자손은 힘든 현실이 ‘개판’ 같다는 생각도 앨범에 담겼다. 앨범 커버는 10장을 랜덤으로 넣고, 흑백 포스터도 10가지로 넣었다.

지난해 11~12월 정규앨범을 두 장이나 몰아쳐 낸 데 이어 4월에도 앨범을 낸 그는, 올해 <뻐킹 매드니스>와 <러브오키>(4집) 앨범 각각의 2부도 낼 계획이다. 생황·피리 연주자 겸 작곡자인 박지하와 함께 ‘클래시컬 넥스트’ 공식 쇼케이스 참여차 네덜란드로 출국하는 등 연주자로서 바쁜 일정도 이어가고 있다.

글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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