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30 14:38
수정 : 2017.05.3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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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이 <신중현 더 오리진> 앨범에 참여한 블루파프리카 멤버로부터 앨범을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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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아티스트들의 헌정 앨범 ‘신중현 더 오리진’ 발매 기자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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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이 <신중현 더 오리진> 앨범에 참여한 블루파프리카 멤버로부터 앨범을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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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게 음악밖에 없었다. 음악에 인생을 바친 것은 운명이었고 하늘이 준 일이다.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음악을 떠나서는 내가 있지 않을 거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국록의 대부’ 신중현 트리뷰트 앨범이 또 하나 탄생했다. 이번에는 1974년 <신중현과 엽전들 1집>(이하 <1집>)을 후배 뮤지션들이 재해석해 <신중현 더 오리진>을 냈다.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천로 씨제이아지트. ‘전설의 음악’과 ‘젊음의 음악’이 만난 이 자리에서 신중현은 음악에 바친 인생을 요약하며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한 마디로 이 자리가 과분하지만 후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영광스럽다.”
<1집>은 1974년 8월 발매 홍보용으로 1천장을 만들었다가, 10월 대중성을 고려해 곡 길이를 줄이는 등 재정비해 앨범을 다시 냈다. 이번 <신중현 더 오리진>은 ‘미인’이 1번 트랙인 재발매 앨범의 트랙리스트를 준거로 했다. 거기에 ‘아름다운 강산’을 스페셜 트랙으로 추가했다. 피아니스트 정원영의 기획으로 시작돼 록밴드 못의 이이언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씨제이 문화재단의 젊은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인 ‘튠업’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1집>은 한국적인 록의 시금석이 됐다. 우리 전통음악에 쓰이는 5음계를 사용했고, 밀고 조이는 판소리 리듬이 일렉트릭기타와 드럼 등과 조화를 이뤘다.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록의 붐이 일었다. 록이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교류의 발판이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한국적인 록이라고 주장한 것이 ‘엽전’이었다”고 신중현은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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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천로 씨제이아지트에서 열린 <신중현 더 오리진> 앨범 기자간담회에서 신중현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번 앨범은 정원영(가운데)의 기획으로 시작돼 밴드 못의 이이언(오른쪽)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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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한 여성(‘미인’)을 본 뒤 잊지 못하고 마음 설레며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당시에도 강한 일렉트릭 기타가 곡 전체를 지배하던 록 넘버 ‘생각해’는, 젊은 록밴드 에이비티비(ABTB)의 작업을 거쳐 좀더 강한 사운드로 태어났다. ‘할 말도 없지만’을 부른 후추스는 옛 시대의 아련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아시안체어샷은 ‘그 누가 있었나봐’를 자신의 특기대로 완전히 재해석했다. 전국비둘기연합이 부른 ‘나도 몰라’에서는 “노래를 그렇게 부르면 어떡허냐 다시 해 다시 해”라는 음성이 담긴 원곡의 파격적인 구성을 그대로 옮겨왔다. 특히 ‘미인’은 강이채의 바이올린으로 시작해 나잠수, 장기하, 크라잉넛의 박윤식 등이 참여한 대곡으로 록, 메탈, 재즈, 클래식 등이 소절마다 강력하게 매력을 드러낸다. ‘아름다운 강산’은 정재일이 편곡해 버클리음대 졸업생들이 참여했다. 신중현은 미국의 버클리음대에서 한국 뮤지션으로서는 최초로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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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천로 씨제이아지트에서 열린 <신중현 더 오리진> 앨범 기자간담회에서 신중현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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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시절 신중현은 ‘블랙리스트’였다. ‘국민가요’를 만들라는 박정희의 부탁을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3천만의 노래’로 불린 ‘미인’ 등이 금지곡이 되었고, 1975년 발매한 <신중현과 엽전들 2집>은 “살려달라”는 듯 건전가요로 가득 채웠음에도, 유신정권은 신중현의 모든 곡을 금지곡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퇴진행동 촛불집회에서 아들 신대철·신윤철이 전인권 밴드와 ‘아름다운 강산’을 18분 길이로 편곡해 들려준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신대철은 “박사모가 이 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분노의 일침도 날렸다. 신중현 역시 블랙리스트 사태를 보며 감회가 새로울 법하다. 그는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는 시대는 정말 불행하다”고 말했다. 31일 ‘긴긴밤’ 등이 선공개되고 다음달 14일 앨범이 발매된다. 6월24일에는 씨제이아지트에서 발매 기념공연이 열린다.
글·사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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