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6.22 22:05 수정 : 2017.06.22 22:13

[짬] 창작판소리 ‘백범 김구’ 시디 발매 임진택 명창

1974년 서울대 시절 <소리내력>을 선보인 이래 40년 넘도록 판소리 창작 작업과 공연을 해오고 있는 소리꾼 광대 임진택 명창.
“백범 선생님의 일생을 판소리로 담아내겠다는 구상을 한 건 지난 2009년 서거 60주기 때였습니다. 그때 제일 먼저 경교장 답사를 갔어요. 선생의 체취를 맡아보고 안타까운 서거의 현장을 목도하자는 뜻에서였지요. 그날 차를 타고 막 경교장에 도착하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정치검찰’의 압박을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습니다. 경교장 2층 창문에 남아 있는 60년 전의 흉탄 자국을 바라보면서 선생님이 그토록 원하시던 우리나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2010년 <창작 판소리 백범 김구>를 만들어 공연해온 소리꾼 광대 임진택(67) 명창이 2013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의 ‘100년 편지’를 통해 백범 선생에게 전한 창작 일화의 한 대목이다.

“지난해 11월 위암 판정을 받고 서둘러 녹음을 했어요. 혹여 수술한 뒤 소리를 더 이상 할 수 없을까봐 노심초사하다 미리 완창을 해놓고 수술을 받았지요.”

그가 오는 26일 백범 서거 68주기를 앞두고 <창작 판소리 백범 김구>(고수 이규호) 시디를 발매한 사연이다.

2009년 김구 선생 60주기때 첫 구상
경교장 답사때 ‘노무현 대통령’ 부음
“백범 꿈꾸던 ‘아름다운 나라’ 아득해”

2010년부터 ‘뜻있는 날’ 전국순회공연
지난해 위암판정에 서둘러 ‘완창’ 녹음
“청소년 축약본 구성해 학교순회 계획”

“2000년대 들어 근 10년 가까이 판소리를 작파하고 있다가 다시 시작한 ‘창작 판소리 12바탕’ 시리즈 첫 작품이 ‘백범’이었어요. 소리꾼으로 복귀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만, 아마도 백범의 기상 덕분에 소리 기운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0년 처음 공연 때는 3시간이 넘는 대작이어서 나까지 3명의 소리꾼이 나누어 했지요. 이번 최종 음반은 1·2·3부 총 2시간40분짜리로 혼자 완창을 해냈지요.”

김구재단 지원으로 제작한 임진택 창작 판소리 ‘백범 김구’ 시디. 창작판소리12바탕 추진위원회 제공.
‘판소리 백범’은 김구 선생의 파란만장한 일생이자 곧 항일독립운동에서 분단에 이르는 우리 근대사를 모두 담고 있다. ‘1부 빼앗긴 나라-청년역정’은 황해도 아기접주에서부터 나라의 치욕을 씻고 새로운 독립정부를 세우려 애쓰던 투쟁기, ‘2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한인애국단 특무공작 등 조국 광복 투쟁기, ‘3부 갈라진 나라’는 해방을 맞아 자주독립국가 수립과 남북협상,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던’ 마지막 암살 순간까지를 토해낸다.

그동안 ‘판소리 백범’ 공연은 주로 역사적으로 기념이 될 만한 날에 꾸준히 전국을 돌며 이뤄졌다. 삼일절에는 만세운동의 본고장 충남 천안에서,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11일 전후해서는 경교장에서 가까운 서울 정동극장에서, 석가탄신일인 초파일 즈음에는 백범이 젊은 시절 잠시 머물렀던 공주 마곡사에서, 6월26일 서거일에는 서울 효창동 묘소 참배와 더불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판을 열었다. 경술국치 100년 때 국회의사당 안 헌정기념관에서 열었던 공연은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해 제헌국회에 불참했던 백범을 처음으로 국회 안으로 모시는 상징적인 뜻도 있었다. 인천문예회관 공연에서는 젊은 시절 백범이 두 번이나 갇혔던 인천감옥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애초 서울대 문리대 정치외교학과를 다녔던 그가 소리꾼 광대로, 문화운동가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1974년 악명 높은 ‘긴급조치 4호 민청학련 사건’으로 양심수 낙인이 찍히면서부터였다. 이듬해 졸업 뒤 <동양방송>(TBC) 프로듀서로 일하며 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심청가(예능보유자 고 정권진)를 이수한 그는 81년 언론통폐합으로 이적한 <한국방송>(KBS)에서 ‘국풍81’ 추진을 거부해 강제 사직했다. 판소리를 배우며 전통연희에 바탕한 민중연극인 ‘마당극 운동’에 관심을 가진 그는 80년대 중반 민중문화운동협의회 실행위원을 맡아 마당극 전문극단 ‘연희광대패’를 창단하고 본격적인 소리꾼으로 나섰다. 이미 대학 때인 74년 <소리내력>을 선보였던 그는 85년 <똥바다>와 90년 <오월광주>로 이름을 알렸다. <백범 김구>를 계기로 <남한산성>, <다산 정약용> 등 역사 인물 이야기를 소리로 풀어내고 있다. <안중근>, <전봉준>, <전태일과 어머니>, <윤상원>, <판소리 한글>(훈민정음), <현대판 흥보가> 등으로 ‘12바탕’을 채워갈 예정이다.

“이번 백범 판소리 시디 발매를 기점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판본을 축약본으로 따로 구성해 초·중등 각급 학교를 순회공연하는 계획도 세워보려 합니다. 일찍이 선생님께서 건국실천원양성소를 세우시고 또 백범학원과 창암학원을 세우신 그 취지를 되살려 지금 우리의 청소년·학생들이 올바른 나라, 아름다운 나라를 꿈꿀 수 있도록 앞장서 나가고자 합니다.”

그는 암과의 기약 없는 싸움도 백범의 기상으로 이겨낼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편, 창작판소리12바탕 추진위원회는 시디 보급을 위해 단체나 기념선물 제작 주문을 받고 있다. 전자우편(gillayang@hanmail.net), 010-3675-1518.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