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30 08:01
수정 : 2017.08.3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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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101> 시즌2 마지막회. 씨제이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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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의 어쩐지 신경 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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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101> 시즌2 마지막회. 씨제이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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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주 전까지, 한국의 금요일은 한동안 ‘프요일’이었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 2>와 금요일이 만나 탄생한 단어가 프요일이다. 한 주를 마무리한 금요일 밤 11시면 ‘국민 프로듀서’로 다시 한 번 출근해야 하는 고단한 나날이 이어졌다.
반응은 뜨거웠다. 방송 초 ‘힙통령’으로 유명세를 탄 장문복을 미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어보고자 노력하던 제작진의 애잔함이 부끄러워질 정도의 열기였다. 변함없이 비인간적인 구성, 연습생들의 미비한 실력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과 함께 쇼는 1.6%라는 무난한 시청률로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최종회 시청률은 5.2%(닐슨코리아 기준), 120만건의 생방송 실시간 문자투표, 콘텐츠 영향력 11주간 1위 등 화려하디화려한 기록이 이어졌다. 콘셉트 평가를 통해 공개된 5곡의 신곡은 각종 음원차트 최상위권에 장기간 자리했고, 각종 직캠과 비하인드 영상을 독점으로 공개한 네이버티브이(TV)는 3억건에 가까운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쯤 되면 프로그램을 보든 보지 않든 이 프로그램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데뷔를 꿈꾸는 아이돌 연습생을 모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인기투표를 거쳐 정식으로 데뷔시킨다. 별스러울 것 없는 이 단순하디단순한 구조에 아이돌 팬은 물론 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평생 아이돌과는 일면식도 없었을 법한 이들까지 흠뻑 빠져든 이유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것도 두 번씩이나.
답은 의외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 모든 건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본성과 그를 교묘히 이용하는 데 도가 튼 제작진들의 ‘환장의 컬래버레이션’이었다. ‘국민 프로듀서님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인사 하나로 모두의 손에 강제이양된 권력, 권력을 손에 쥔 자들의 각성, 각성이 발굴한 사랑,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갖은 비논리와 야만. 꽤나 익숙한 도식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지하철 광고를 제작하고, 자신의 소년에게 보낼 한 표를 위해 사회적 지위와 명성도 내려놓는 것은 차라리 애교였다. 눈이 먼 사랑은 라이벌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악의적 소문을 덜컥 믿거나, 종내 가짜뉴스까지 만들어 배포하는 지옥의 무한 굴레까지 생성했다. 선의가 선의만을 낳지는 않는다는 것, 방송사가 쌓아놓은 마른 장작에 ‘국프’들이 불을 붙이고 모두가 함께 춘 춤의 이름은 절망이었다. 소년들의 꿈과 땀은 소녀들의 것과 다르지 않게 빛났음에도, 결국 도달한 곳은 출구 없는 미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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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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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고유명사화되어버린 ‘악마의 ○○’은 사실 이쯤에서 쓰여야 옳다. 출연자 하나를 지목해 왜곡된 이미지를 덧씌우는 류의 ‘악마의 편집’은 연습게임에 불과했다. 프로그램에 얽힌 모두를 광기의 늪으로 밀어넣는 인간 본성, 이를 꿰뚫은 놀라운 재능. 연구 끝에 터득한 것인지 영혼을 팔고 산 것인지 오다 주웠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악마의 재능’이 펼칠 환멸의 굿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슈퍼스타 케이>에서 꽃피워 <프로듀스101>에서 열매 맺은 크고 음산한 열매는 곧 약간의 변형을 거쳐 <쇼 미 더 머니>를 만날 예정이다. 심연과 마주한 인간의 역치는 그 바닥이 어디인지 확인할 때까지 아래로, 아래로 향할 것이다. 이것은 차라리 엠넷이 창조한 새로운 13일의 금요일이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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