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24 17:03
수정 : 2017.07.25 13:51
|
2017 여우락 페스티벌의 개막작 ‘장단 디엔에이(DNA)-김용배적 감각’은 전통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국립극장 제공
|
전통음악의 새로운 아름다움 발견한 ‘2017 여우락 페스티벌’
|
2017 여우락 페스티벌의 개막작 ‘장단 디엔에이(DNA)-김용배적 감각’은 전통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국립극장 제공
|
2017 여우락(여기 우리 음(樂·락)이 있다) 페스티벌은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국립극장에서 펼쳐진 열다섯개의 공연으로 마무리되었다. 매번 좌석은 꽉 들어찼고, 공연마다 환호가 터져나왔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동안 여우락 페스티벌은 ‘한국 음악을 기반으로 한 과감한 시도로 주목받는 음악가들과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명성을 쌓아왔다. 크로스오버 혹은 퓨전으로 분류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에 꾸준히 주목한 결과였다. 사실 1970년대 말부터 한국 전통음악을 현재화하려 했던 시도는 서구화된 대중음악이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꾸준히 늘어났다. 쉽게 볼 수 없을 뿐, 이제는 전통을 고수하는 한국 음악이 더 귀하게 느껴질 정도다. 여우락 페스티벌은 이 과정에서 축적된 전통음악 안팎의 다양한 시도와 결과물을 보여주는 장이자, 새로운 접점을 만드는 판으로 각광받았다. 전통음악이 이렇게 새로울 수 있고, 이렇게 과감할 수 있으며, 이렇게 아름답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장으로 여우락 페스티벌은 독보적이었다.
올해에도 여우락 페스티벌은 전통음악 분야의 장인들과 주목받는 신진 음악인들을 호명했고, 한국적 호흡을 가진 대중음악인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경계를 넘나드는 전통음악인들과 원전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이 땅의 목소리를 담는 대중음악인들이 여우락에서 만났다. 올해의 여우락 페스티벌은 전통이 오늘과 만나는 무대와, 대중음악에 내재한 한국적 음악 언어와 정서가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로 채워졌다. 전자가 축적된 내공을 보여주었다면, 대중음악인들과 전통음악인들의 협연은 한국 음악, 혹은 한국적 음악이 무엇인지 함께 묻고 답하는 과정과 결과물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실 우리에게는 국악가요라고 부른 노래들이 있었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도 있었다. 드라마 <대장금>의 삽입곡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적이라는 목표는 전통 악기를 쓰고, 전통 장단과 가락을 사용하며, 한복을 입고 연주한다고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숱한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한국 전통음악의 품격과 깊이에 도달하거나,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이들이 많지 않았던 이유다.
그래서 숱한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서 단련된 잠비나이의 여우락 페스티벌 공연이 특별했다. 록 음악의 틀을 빌려 한국 전통악기가 만들어낼 수 있는 소리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이들의 과감한 시도는 어느새 일가를 이루고 있었다. 서로 다른 땅에 뿌리내렸음에도 흥으로 질박했던 노선택과 소울소스와 소리꾼 김율희의 공연은 한몸처럼 걸쭉하고 거나했다. 경기소리의 농염함을 파격적인 의상과 화끈한 무대매너로 폭발시킨 씽씽의 무대 역시 인상적이었다.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의 섬세함과 색소폰 연주자 신현필의 능숙함을 인도 전통음악으로 확장하려 한 ‘신현필×박경소’의 공연 역시 여우락 페스티벌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 공연이었다. 이에 반해 마더바이브, 선우정아, 강이채 등이 함께한 공연 <부유>는 탁월한 연주자들의 기량이 좀더 펼쳐지지 못하고 서둘러 마무리되어 버린 듯했다. 단편선과 선원들의 무대는 그들의 장점만큼 명확했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어떤 공연도 박은하, 김정희, 김복만, 원일이 함께 펼친 <장단 DNA-김용배적 감각>의 감동과 깊이에는 범접하지 못했다. 요절한 천재 사물놀이패 상쇠, 고 김용배를 재조명한 이 공연은 한국 전통음악의 장단에 깃든 우주와 신명을 찰나에서 영원으로 만끽하게 한 놀라운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거장의 이름과 전통음악의 무게가 압도한 공연은 소리로 득도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영적 체험에 가까웠다. 이미 완성되어 있던 이들의 공연과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시도 사이의 격차는 이처럼 적지 않았다. 여우락 페스티벌이 아니었다면 한국 음악의 씨앗을 과감하게 발굴하고 접붙여 더 앙칼지고 단단하게 열매 맺도록 준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언젠가 함께 누릴 과실이 올여름 다시 맺히기 시작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광고
기사공유하기